특별한 인연

가톨릭부산 2015.11.02 11:53 조회 수 : 23

호수 2009호 2009.08.27 
글쓴이 김루시아 수녀 

특별한 인연
따르릉~~! 숨 가쁘게 날아온 전화한통! 수녀님! 제가 아빠가 되었어요. 조금 전에 아기가 태어났거든요. 넘~ 예뻐요. 옷깃이 스치는 것도 인연이라면 33년 전 유치원에서 만난 6살 꼬마와의 인연은 어떤 것일까? 특별히 나를 좋아하던 현이는 유치원에 오면 나의존재를 확인하고 어쩌다 결근이라도 하면 집에 가서 "오늘 수녀님이 없었어!" 하는 짜증으로 엄마를 힘들게 했다. 그렇게 2년을 다니다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갔는데 적응을 못했다. 끝내는 학교 가기를 거부해 엄마가 유치원으로 데리고 와서 “수녀님 때문에 병이 났으니 수녀님이 고쳐주세요”하며 현이를 남겨두고 돌아갔다. "어떻게 도와주나?" 을 고민하다 바닷가로 데리고 나가 모래밭에서 한참을 놀았다. 행복해 하는 현이에게 “현아 수녀님이 그렇게 좋아! 응! 얼마나 좋은데? 수녀님하고 결혼하고 싶어! 정말? 응! 그렇지만 현이는 어린이고 수녀님은 어른인데 어떻게 결혼해! 수녀님은 크지 말고 나만 크면 되잖아! 그렇구나! 그런데 학생이 학교를 안다니면 안 큰다고 하던데. . . 음? . ..그럼 내일부터 다니면 되잖아! 

그 뒤로 현이는 학교에 잘 다니고 나는 이동이 되어 간간히 현이의 소식을 들었는데 어느 날 군인아저씨가 찾아왔다 "누구세요" 하니 "현입니다" 한다. 그렇게 몇 년에 한 번씩 찾아오거나 스승의 날에 꽃 배달을 시키며 자기를 기억시키더니 30넘은 노총각이 또 찾아왔기에 "다음에 올 때는 애인하고 오겠니?" 하니 내 손을 꼭 잡으며 "수녀님! 이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수녀님하지 말고 저와 결혼해요" 한다. 웃으면서 등을 다독여 보냈는데 얼마 후 애인을 데리고 와서 결혼할 때 꼭 오라고 당부한다. 곁에 있던 아가씨가 "이사람 첫 사랑이 수녀님이기에 용서하고 결혼하니 기도해주세요" 한다. 결혼식장에서 마주친 신랑이 눈물을 머금고 있기에 "기도할게 잘살아 그리고 아빠 되면 연락해" 하니 사진 찍고 가란다. 

그 후 필리핀으로 떠난 것을 알고 섭섭해 하더니 어린이집을 개원하고 "첫 월급은 주님 것이기에 보내오니 필요한곳에 쓰세요."하며 월급전액을 보내주어 나를 감동시켰다. 그리고는 아빠가 되어 아기자랑을 한참 하더니 소식이 뜸해졌다. 6살 꼬마의 첫사랑이 아기에게로 간 것 갔다. 주님 안에서 행복하기를 기도하며 나의 첫 사랑이신 주님을 기억했다. 초등4년 첫 영성체를 하며 맺어진 특별한 인연은 수녀의 삶으로 봉헌되어 한생을 주님의 집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입술로만 사랑하고 마음은 멀리 떠난 날이"(마르7, 6) 많았지만 나의 주님은 한결같은 사랑으로 나의 모든 삶을 받아주셨고 수녀로 살 수 있도록 지금도 지켜주신다.
주님! 모든 것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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