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구에서 온 선교사
김주현 신부 / 부산 미바회 지도신부
파푸아뉴기니에서 사목하는 부산교구 출신 한국외방선교회 신부님 한 분이 찾아왔습니다. 파푸아뉴기니 마당교구의 산골 땅구성당에서 사목하는 그 신부님은 교구에서 내준 오래된 중고차를 타고 마을로 내려가다가 브레이크 파열로 전복사고가 났고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차는 폐차하고 물리치료차 한국에 왔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근처 돼지국밥집에 가서 수백에 소주 한 병을 대접했습니다. 선교와 선교지에 관해 대화를 나누다가 ‘땅구에서 온 선교사’가 갑자기 “신부님, 제가 탈 자동차는 언제 지원받을 수 있나요?”라고 물어서 너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해외 선교 오지에 자동차를 후원하는 ‘부산 미바회’ 지도신부를 맡은 지 한 달 남짓밖에 안 됐고, 적립기금도 천만 원 미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신부님이 필요한 자동차는 약 3천만 원인데 당시 재정을 고려하면 적어도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답했고, 아쉬워하는 ‘땅구에서 온 선교사’의 뒷모습은 쓸쓸해 보였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부산 미바회 후원 월미사’ 때, 기도와 관심을 부탁한다며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 달쯤 지났을까? 어느 교우가 ‘땅구에서 온 선교사’ 신부님의 차를 사는 데 보태라며 2천만 원 수표가 든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하느님께 매우 감사했습니다. 몇 달 뒤, 부산 미바회 기금을 보태서 ‘땅구에서 온 선교사’에게 필요한 사륜구동 자동차를 후원했습니다. 제가 차를 샀을 때 보다 더 기뻤습니다.
그 후, 저는 선교 오지의 선교 자동차 후원을 위해 본당 신부님들께 알음알음 부탁드려 부산 미바회 모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실로 멕시코 캄페체교구에서 선교하시는 외방선교회 신부님과 우리 교구에서 파견한 김무종 신부님께, 그리고 올리베따노베네딕도수녀회 선교지 브라질 빠우다코의 미혼모의 집, 순교복자수녀회 선교지 동티모르 나몰래수 가정간호센터, 원죄없으신마리아교육선교수녀회 선교지 필리핀 케손시티유치원, 한국외방선교수녀회 선교지 볼리비아 코차캄바유치원 등에 꼭 필요했던 선교 자동차를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직접 선교하기 위해 해외에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 선교사의 발이 되어줄 자동차를 후원함으로써 선교를 돕는 모금 활동에 협조해 주신 모든 본당 신부님과 교우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후원 회원님들의 지속적인 후원과 부산 미바회의 본당 모금 활동에 앞으로도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