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비밀
김상진 요한 / 중앙일보ㆍJTBC 부산총국장daedan57@hanmail.net
저는 노래를 못 부릅니다. 이름이 가수와 같다는 이유로 학창시절 자주 불려 나가 “노래를 불러라”는 요구에 시달렸습니다. 어쩔 수 없이 노래를 부르면 친구들은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음치’에다 ‘박치’인 저의 노래는 놀림감이었습니다. “그것도 노래라고, 다시 불러라”라는 야유를 들어야 했습니다. 자연스레 저는 노래를 멀리하게 됐습니다.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은 큰 차이를 가져옵니다. 인도 영화 ‘지상의 별처럼’에는 말의 중요성에 관한 대목이 나옵니다. 난독증을 가진 8살짜리 주인공 이샨. 아들을 이해 못 하고 엄하게만 다루는 이샨의 부모에게 니쿰브 선생님은 이런 말을 합니다. “솔로몬 섬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부족민들이 농지를 만들기 위해 숲을 개간해야 할 때 나무를 자르지 않는데요, 그저 모여서 숲을 빙 둘러싸고 나무에게 욕설만 퍼붓는데요. 나무를 저주하는 거죠. 차츰차츰 그러다가 분명히 며칠 뒤에 나무가 고사하기 시작한대요. 스스로 죽는 거죠.”
아프리카 어느 원주민 마을에는 저주를 퍼부어 주는 마술사도 있다고 합니다. 마술사의 저주를 받은 사람은 병들거나 죽는다고 하는군요.
가톨릭교회에서도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이 가져온 결과를 비교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의 폴턴 쉰 대주교와 유고슬라비아의 티토 대통령입니다.
소년 풀턴 쉰은 성당에서 복사를 서다가 미사주가 든 병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신부님은 두려움에 울먹이는 소년을 꼭 안아주면서 속삭였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 아니잖니. 실수란 누구나 하는 법이란다. 커서 훌륭한 신부가 되겠구나.” 용서와 격려를 받은 이 소년은 자라서 위대한 설교가요 영성가인 풀턴 쉰 대주교가 됐습니다. 그는 2002년에 시성됐습니다.
소년 티토도 유고슬라비아의 시골 성당에서 복사를 서다가 미사주가 든 병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러자 성질 급한 본당 신부님은 화를 내면서 소년의 뺨을 때렸습니다. “성당을 떠나 돌아오지 마라!”고 고함을 쳤습니다. 신부님에게 쫓겨난 소년은 이후 평생 성당을 찾지 않았습니다. 자라서 대통령이 된 그는 종교를 박해했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성령의 은사가 말로써 표현됨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주일을 보내면서 평소에 신앙인다운 말을 하도록 이끌어 달라고 기도합니다.
‘하찮은 농담이라도 함부로 지껄이지 않게 도와주시어/좀 더 겸허하고/좀 더 인내롭고/좀 더 분별 있는 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 이해인 수녀님의 시 ‘말을 위한 기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