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도 못 살면서

가톨릭부산 2015.11.02 16:47 조회 수 : 134

호수 2074호 2010.10.31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백년도 못 살면서

불꽃축제에 다녀왔다. 형형색색 수 만발의 불꽃이 밤바다를 수놓을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다. 하늘의 별들이 쏟아져 내렸거나 바다를 도화지 삼아 반짝이는 물감을 뿌려댄 듯 했다. 하나의 불꽃이 하늘에 머문 시간은 불과 몇 초. 하지만 수만 발의 불꽃이 연쇄적으로 제 빛을 내고 터지면서 밤하늘은 화려하게 물들고 오래도록 기억 될 가을의 낭만을 만들었다. 하늘로 피어 오른 불꽃이 길지 않은 제 생명을 불태우고 다시 하늘로 사라져 가는 모습이 어쩌면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을 타서 그런가? 얼마 전 별자리를 관측했을 때도 인생이 뭔가 싶었다. 별도 청년일 때는 푸르렀다가 나이가 들면 색이 변하고 마침내 암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가슴 아픈 사랑을 간직한 견우별과 직녀별, 태양계에서 가장 크다는 목성, 그 아래에 자리한 천왕성도 내 눈에는 그저 점 하나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지구도 수많은 별들 중에 하나이고 그 위에서 수천 년을 살아온 인류를 생각하면 ‘나’란 존재는 보이지도 않는 점 하나에 불과한 지도 모른다. 

과학이 발달해 수명이 늘었어도 사람은 보통 70-80년을 산다. 하지만 천년도 넘게 살 것처럼 욕심을 부리는 사람도 많다. 평생 써도 다 못 쓸 돈을 모으고 먹고 잠잘 공간보다 몇 배나 큰 집을 사고 싶어 안달이다. 오래 살겠다고 몸에 좋다면 가리지 않고 먹고 마시는 걸 보면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의 어리석음이 아직도 전해져 오는 것 같다. 백년도 못 살면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고 생명의 신비에 맞서는 사람의 모습을 우주만물을 내신 창조주는 어떻게 보고 계실까

별은 스스로를 태워서 빛을 낸다. 자신을 소멸시켜 내는 빛이라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유명 인사들을 흔히 ‘스타’라고 하는데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스스로 빛나고 주위까지 밝히는 별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 하느님은 별보다 더 따뜻하고 영롱한 사랑의 빛을 이미 우리에게 심어 주시지 않았던가. 사랑의 목소리를 충실히 따라가기만 한다면 사람이 불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 백년도 못 살 인생, 한줌 재로 돌아갈 게 분명한데 바람에 날리는 검불처럼 살기보다 찬란한 사랑의 불꽃을 피워 올리는 게 좋지 않을까. 사랑의 불꽃으로 빛나려면 욕심과 불신이라는 불순물을 걷어내고 자신의 모든 걸 태우는 정성이 필요하다. 불꽃축제를 보고 와서 가곡 ‘사랑’의 한 구절이 입에 맴돈다. “타고 다시 타서 재 될 법은 하거니와 타다가 남은 동강은 쓰일 곳이 없소이다”

호수 제목 글쓴이
2074호 2010.10.31  백년도 못 살면서 탁은수 베드로 
2073호 2010.10.24  내가 먼저 미소를 [1] 하창식 프란치스코 
2072호 2010.10.17  우리 성당 보물은 김기영 신부 
2071호 2010.10.10  사랑 호르몬 최충언 플라치도 
2070호 2010.10.03  초코파이의 힘 탁은수 베드로 
2069호 2010.09.26  산으로 남고 싶은 산 강문석 제노 
2067호 2010.09.19  천국 문이 열리는 소리 김기영 신부 
2066호 2010.09.12  다문화 시대에 이명순 마리아 막달레나 
2065호 2010.09.05  이별에 대한 예의 탁은수 베드로 
2064호 2010.08.29  생명의 소리 정순남 
2063호 2010.08.22  기도는 교회 안에 흐르는 피 김기영 신부 
2062호 2010.08.15  우리는 불법 사람이 아닙니다. 김종일 요한 
2061호 2010.08.08  독대 탁은수 베드로 
2060호 2010.08.01  부끄러운 고백 하창식 프란치스코 
2059호 2010.07.25  사제의 해를 뒤로 하며 김기영 신부 
2058호 2010.07.18  우선적 선택 박주미 
2057호 2010.07.11  수비수를 찾습니다. 탁은수 베드로 
2056호 2010.07.04  전쟁의 참극 한 토막 강문석 제노 
2055호 2010.06.27  마르지 않는 쌀독 김기영 신부 
2054호 2010.06.20  이스라엘과 한국 김욱래 아우구스티노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