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끄럽게 한 타 종교 신자들
김상진 (요한) 중앙일보·JTBC 부산총국장
부산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아랍인으로 보이는 청년이 스마트폰을 들고 중얼중얼 거린다. 곁눈질로 쳐다보니 이슬람교 경전인 ‘쿠란’을 읽고 있었다. 나는 카톡(카카오톡)으로 잡담을 하고 있다.
오래전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여행했을 때다. 가게에서 물건을 고른 뒤 점원과 계산을 하기 직전이었다. 갑자기 점원이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알고 보니 기도시간이 됐으니 모든 것을 중단하고 기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가게 밖으로 쫓겨났다. 가게 앞 셔터가 내려지고 거리는 순식간에 우리나라 민방공 훈련하는 모습으로 변했다. 이슬람교도들은 물건을 하나 더 파는 것보다 하루 5번 올리는 기도(살라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네팔에서 오체투지(五體投地)로 사원을 향해 가는 티베트 불교 신자를 만났다. 머리·다리·팔·가슴·배 등 몸의 5곳을 땅에 던지듯 나아가는 그 사람의 걸음에는 거짓이 없었다. 몇 걸음 더 디딘 뒤 몸을 땅에 대도 나무랄 사람이 아무도 없건만 그는 꼭 한 걸음씩만 나아갔다.
머리를 얼마나 땅에 찍었던지 이마에는 피딱지와 피가 범벅이 돼 있었다. 이마를 한 번이라도 땅에 대지 않으면 상처가 덜할 터인데……. 그들은 7∼8개월 동안 2,000km를 오체투지로 간다. 그리고 티베트 라사의 포탈라 궁 앞에 도착해 감격의 절을 올리며 울음을 터뜨린다.
미국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1839~1937)는 철저한 십일조로 유명하다. 침례교 신자였던 그는 회사에 십일조를 계산하는 직원만 40명을 둘 정도였다.
친구 가운데 개신교 신자인 중소기업 사장이 있다. 그는 공장 땅값의 공시지가가 해마다 오르는 것도 계산해서 십일조를 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기업을 하느님과 공동 운영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게 매출보다 기도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이슬람교도들, 교만과 어리석음을 참회하기 위해 오체투지 한걸음도 거짓으로 내딛지 않는 티베트 불교 신자들, 나눔을 위해 십일조를 철저히 지키는 개신교 신자들…….
가톨릭 신자로서 부족함이 많은 나를 부끄럽게 하는 점들이다. 타 종교 신자들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신앙생활을 되돌아볼 계기가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