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리 성지를 다녀와서

가톨릭부산 2015.11.06 01:28 조회 수 : 108

호수 2220호 2013.06.16 
글쓴이 박주영 첼레스티노 

공세리 성지를 다녀와서

박주영 첼레스티노 / 조선일보 부산 취재 본부장park21@chosun.com

얼마 전 본당 교우분들과 충남 아산의 공세리 성지를 다녀왔습니다. 야트막한 언덕에 300~400년 된 느티나무들이 무성한 120년 된 성당, 동굴 성체조배실, 박물관, 순례길 등이 아름다웠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에덴의 동쪽’, ‘사랑과 야망’ 등 100편에 가까운 영화·드라마들을 이곳에서 촬영하였을 정도랍니다.

‘공세리 성지’에는 조선시대 신유, 병인박해 때 돌아가신 아산지역 순교자 32분을 모시고 있었습니다. 박의서·원서·익서 3형제, 김필보·박 마리아 부부, 이요한·베드로·프란치스코 3부자 등 이들 순교자는 다양한 사연들을 품고 있다고 합니다.

이날 주임 신부님은 “3형제 중 둘째인 ‘원서’는 평소 도박을 즐기고 말을 함부로 해 다른 형제들의 걱정거리였지만 병인박해 체포 때 ‘나를 잡아가면 바로 죽여주시오. 그래야 주모님을 뵈울수 있지.’라며 배교의 유혹을 뿌리쳤다. ‘원서’처럼 주님께서 주신 기회를 덥석 잡을 수 있도록 하라.”는 강론을 하셨습니다.

아침에 결심해도 점심때면 어긋나 버리는 약하디약한, 갈대보다 더 변덕스런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을 위한 위로이자 격려인 셈이지요. 어쩌면 우리 순교자들의 스토리텔링엔 많은 구원의 샘들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어 “그렇다면 ‘한국의 천주교 전래’는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 선조가 천주교를 믿게 된 것은 남이 권하거나 알려줘서가 아니라 스스로 한 일입니다. 세계에 없던 일이었지요. 1600년대에 중국 명나라에 와 있었던 이탈리아인 마테오 리치 신부가 쓴 ‘천주실의’란 책을 들여와 공부한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당시 조선은 임진왜란, 병자호란의 혼란과 상처를 딛고 중흥을 꾀하고 있었습니다. 실학이 등장, 새로운 자각과 사상운동이 펼쳐지고 있었고요.

처음엔 당대 사회 모순과 문제를 풀어줄 서양 학문으로 연구됐지만 신앙으로 발전했습니다. 1784년 이승훈이 중국 베이징 천주교당 북당에서 첫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후 남인·중인들을 중심으로 신앙운동이 왕성하게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남인·노론 등의 당파 싸움과 얽히면서 신유박해 등으로 이어져 혹독한 고문과 참혹한 형벌 등 정부의 극심한 탄압을 받게 됩니다.

당시 우리 선조는 ‘천주교’를 통해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요? 부귀공명, 입신양명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유교적 사회체제 속에서 그것도 온갖 고문과 참형을 참아내고, 자신의 생명을 초개처럼 버리면서 말이지요. 

역사적 가정이란 부질없는 짓이라고 하지만 그때 ‘천주교’가 받아들여졌더라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됐을까요? 참 고마운 우리 선조의 그 첫 마음에 채널을 맞춰봅니다. ‘오직 천주만이 참으로 올바르고 참된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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