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535호 2019.03.24 
글쓴이 한그린 미카엘라 

제34차 세계청년대회 참가자 수기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38)
 

한그린 미카엘라 / 개금성당
 

   유난히 먼 나라였다. 시간도 거리도 비용도 결정하기에 쉬운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하느님 축제 속으로 나를 밀었다. 몇 번의 경유를 거쳐 파나마로 향하는 기내엔 순례객과 신부님, 주교님, 수녀님들로 가득했다. 그렇다! 우린 지금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 착륙과 동시에 기내엔 환호와 박수가 가득했고, 그 길로 상뚜아리아 성당을 중심으로 홈스테이를 시작했다. 본대회 첫날에 개막 미사를 하러 가는 길은 기쁨으로 시끌시끌했다. 휘날리는 각국의 깃발들이 내 마음을 에워쌌고 하느님이 나를 재촉하여 부르신다는 느낌에 거친 땅바닥은 구름과 같았다. 중남미식 미사는 우리와 다르게 축제 분위기였다. 미사가 이렇게 즐겁다니! 나 역시 춤추고 박수치며 하늘에 내 마음을 올려보내었다. 남은 날 동안 염수정 추기경님과 정순택 주교님의 교리교육과 매일미사가 있었다. 한국 교회 큰 어른들의 마음을 연 강의로 한국 교회가 우릴 응원하는 느낌을 받았기에 힘과 용기가 생겼다. 강의 동안 청년들의 고민을 성경과 교리를 통해 해석하고 질의응답을 하였으며, 과달루페 성모님에 관한 교리를 통해 성모님 발현이 그저 기적에만 가두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향해 나를 세우는 것임을 가르쳐주셨다. 매일 상설 고해성사를 통해서 내 안에 작은 어둠들도 다시 빛으로 밝힘으로써 하느님과 각별한 우정을 나누었고, 세상을 살아가는 가톨릭 청년으로서 큰 위로도 받았다. 교황님과 함께한 십자가의 길, 성시간을 통해선 왜 기도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는데, ‘작은 모퉁이들의 기도’는 성모님 간구를 통해 십자가에 바쳐져, 기도가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되고 이를 통해 세상을 선하게 하시려는 하느님의 도구였다. WYD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파티마와 아빌라 순례를 했다. 특히 파티마에서 촛불행진과 성체조배는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는데, 성모님의 기다림과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처럼 희망을 지녀야 하고, 세상의 공식대로 주님을 재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청년 세대는 무신론적 사고와 나 자신만을 사랑하는 문화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 속에 살아감은 외롭지만 내가 가는 길 끝에 계신 주님의 진리를 믿기에 난 자유롭다.

   이제 난 가까이 있는 형제자매에게 다가가고 주님을 모르는 청년에게도 복음을 전할 것이다. 내 삶은 이미 두렵지 않다. 어차피 모두의 삶이 각자 감당해야 할 무게가 있다면 하느님께 맡기고 가는 것이 더 신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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