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65호 2017.12.17 
글쓴이 김검회 엘리사벳 

전쟁으로 상처 받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김검회 엘리사벳 / 동대신성당 ·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 busanjustice@naver.com
 

  재작년 봄,‘광복 70년, 베트남전 종전 40년’을 기념하여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피해 유족이자 생존자였던 두 사람을 만났었다. 그동안 베트남전쟁에 대한 이야기는 다큐멘터리와 언론을 통해서 한국군의 활약상과 국가경제에 미친 영향, 고엽제 피해에 따른 고통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파월 군인에 의한 민간인들의 처참한 죽음과‘한국군 증오비’는 충격적이었고 이들의 표현대로‘학살’에 가까워, 파병국가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에 함께 아파하며 울었다.
  그날 이후, 더 참전용사의 인터뷰도 찾아보고, 지인의 부친 가운데 월남전에 참전하셨던 분이 계셔 말씀도 들을 수 있었다.“모두가 자원한 줄 알지만 사실은 차출된 경우도 꽤 있었고 나도 그랬어. 부산항을 떠나는 배에 몸을 싣고 멀어져가는 육지를 바라보면서, 조국을 위한 사명감에 불탔지만 한편으론 조국이 나를 사지(死地)로 내모는 것 같아 원망스러웠지. 한국군인들에게 베트남 중부의 숨 막히는 더위는 정말 끔찍했고, 베트남은 전선이 형성될 수 없는 지형이라, 베트콩이 언제 어디서 출몰할지 몰라 불안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 바로 내 옆의 전우가 총에 맞아 죽는데 제정신일 수가 있어야지. 그때는 내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으니까, 살아서 조국에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뿐... 전쟁은 그런 거야.”밤에는 베트콩이 산에서 내려와 군인들을 죽였고, 날이 밝으면 유엔군이 마을과 숲으로 향했다고 하셨다. 당시 한국군의 실적이 가장 좋았는데 그만큼 나쁜 일도 있었을 거라고 하시면서, 그나마 신앙의 힘으로 살아왔다고 하셨다.
  결국 모두가 피해자였다. 전쟁을 결정한 가해자(국가)들은 뒤로 빠져있었고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서 제대로 된 보상이나 치유프로그램도 없었다. 이렇듯 전쟁은 인간성을 상실하게 하고, 폭력과 증오를 불러오는 최악의 사태이기에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래서 교회는“‘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계명을 설명하면서, 단지 생명을 해치지 않는 것을 넘어,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가톨릭교회교리서』2304항)고 가르친다. 우리가 일본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배·보상을 요구하는 것과 같이, 베트남 민간인 피해자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고 용서를 청해야 할 것이다. 한베 수교 25년,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상처를 보듬으며 반성과 사죄, 용서와 화해의 걸을 걷다보면, 베트남 중부 마을 입구들에 세워져 있는‘한국군 증오비’가 걷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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