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웃인 결혼이주여성과 자녀
이영훈 신부 / 노동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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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무거운 마음으로 양산으로 향했습니다. 책상 위에는 많은 사람들의 추모글과 함께 낯선 이의 사진 하나가 놓여있었습니다. 사진 속 자매는 한국에 온 지 약 7년이 된 결혼이주여성이었습니다. 가끔 성당에서 기도한 적이 있다는 주변의 증언을 들은 분이 노동사목으로 연락을 주신 겁니다. 처음 본 분이었습니다. 빈소를 지키고 있던 분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한국에 온 뒤 한 번도 고국에 가보지 못했다는 것과 상습적인 폭력, 그리고 그 결과 이러한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 ‘주변에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다면 이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지금도 떠나지 않습니다.
이제 외국인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입니다. 저는 약 15년 전 어느 본당 신부로 있었을 때 만난 결혼이주여성들과 그들의 자녀들을 통해 그들의 아픔과 불안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전보다 더 내밀한 어둠들을 접하고 있으며 그때마다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같은 형제자매인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낯선 문화와 서툰 언어는 결혼이주여성에게는 차별과 고통의 원인들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단절된 인간관계’입니다. 그들에게는 믿음과 사랑으로 연결된 ‘이웃’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그들은 ‘이방인’에 불과합니다. ‘한국인’인 그들의 자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급 아파트에 사는 아이와 값싼 아파트에 사는 아이를 구분 짓는 우리 사회가 이 아이들을 ‘서툰 말과 다른 외모’로 구분 짓습니다. 그러나 그들 또한 우리가 사랑해야 할 이웃이자, 형제자매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신 귀한 손님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주민들을 향한 “환대, 보호, 증진, 통합”(『모든 형제들』 129항)을 강조하십니다.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한 형제로 받아들이기를 촉구하십니다. 교구장 주교님께서 작년 사목지침을 통해 ‘이주민 가정 돌보기’를 강조하신 것 또한 교황님의 지향과 일치하는 것으로 그들을 향한 사랑의 연대는 노동사목과 같은 특정 기관만의 역할이 아니라 지역 본당과 우리 모두가 더 온전히 참여해야 할 사명임을 밝히신 것입니다.
우리는 혈연이 아니라, 하느님을 한 아버지로 모시고 있는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들 또한 하느님의 자녀이자 우리의 가족입니다. 한 가족으로서 그들에게 우리의 관심과 배려, 믿음과 사랑을 전달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