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의 생활화
송상철 요셉 / 온천성당 · 부산서구지역자활센터장
올해로 로사리오 카리타스 소속 사회복지사로 근무한 지도 30년째에 접어든다.
1992년 천주교부산교구 사회복지국에 입사하여 소년소녀가장 및 장애영세민 가정을 방문하고 그들의 어려운 상황과 사연을 주보에 소개하여 후원금을 모금한 후 그 가정에 생활비를 지원하는 업무를 20여 년간 맡았었다.
글을 쓰는 능력과 재능이 없었으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가정의 절실함을 글로 소개하면 기적처럼 많은 분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셨다. 등록금이 없는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집 없는 모자 세대에는 전세금을, 병원비가 없는 장애인에게는 병원비를, 도움이 필요한 소규모 복지시설에는 생계비와 건축비 등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었다.
나의 적은 노력으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할 수 있음에 행복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곳에는 하느님께서 함께하고 계셨음을 일하는 순간순간 깨닫게 될 때가 참으로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감사함은 사라지고 오만함이 나의 마음에 싹트고 있었다. 감사의 마음보다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를 지배하게 되었고, 작은 일에도 감사해하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남과 비교하고 나 자신을 깎아내리는 데만 시간을 허비하였다. 서서히 하느님과의 관계도 멀어져가게 되었다. 하지만 하느님은 그런 나를 그냥 버려두지 않으셨다.
평생 건강할 줄 알았던 몸이 하반신 마비증세로 허리 수술을 하고 몇 주 동안 꼼짝없이 병실에 누워있으면서 듣고 보고 말할 수 있는 것부터 내가 누리던 모든 것이 하느님이 지켜주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평소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생활이 얼마나 많은 은혜 속에 이뤄졌는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퇴원 이후 내 삶에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부정적인 마음보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였고 나보다 많이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기보다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고마워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자 매일 기도를 드린다.
30여 년간 사회복지사로서 남에게 좋은 일을 베풀며 살아왔다는 오만함을 버리고 남에게 베푼 삶보다는 하느님으로부터 내가 받은 은혜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기며 새로운 한 해를 알차게 시작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