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

가톨릭부산 2021.10.27 10:04 조회 수 : 12

호수 2675호 2021. 10. 31 
글쓴이 장혜영 루피나 
아! 옛날이여!

 
장혜영 루피나 / 망미성당 · 해양사목 방선 봉사자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는 요즘, 팬데믹 상황 아래 비대면이 점점 길어지고 우리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바이러스 감염, 공기 중 에어졸 감염에 대한 두려움에 일상을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지루한 우울함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확진자 수의 급격한 증가, 변이 바이러스의 공포, 접종의 후유증 공포로 “아! 옛날이여!”가 절로 새어 나옵니다.  이 말 속에 담겨있는 자유로운 일상과 마스크 없이 들이마셨던 공기, 사람 수 제한 없이 만나서 웃고 떠들고 먹고 즐겼던 때를 추억처럼 그리워합니다.
 
  전염병 시대와 더불어 재앙에 가까운 자연환경의 변화, 아무런 보상 없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자연을 훼손시킨 것 역시 팬데믹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요? 코로나의 장기간 지속으로 해양사목 방선 봉사도 손 놓은 지 근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여름 부두의 뜨거운 열기, 겨울의 추위, 배 위를 오를 때 흔들리는 갱웨이*. 배 문지기와 건네는 반가운 인사, 방선 출입허가가 때로는 거절되어 선원들도 만나지 못한 채 갱웨이를 내려올 때의 섭섭함. 갑판 위의 진동하는 기름내, 때론 격한 생선 비린내. 열악한 선상생활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일하고 있는 17, 18세 정도의 어린 선원을 보면서 느껴지는 짠함. 때로는 입항한 배에서 선원들과 함께 드리는 선상미사 중 느껴지는 선원들의 깊은 신앙심으로 가슴이 뜨거워졌던 감정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마스크를 벗을 순 없지만 위드코로나 시대라도 오면 그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결국 이 모든 재앙은 주님이 주신 이 아름다운 세상을 신앙적 윤리로 지키지 못한 우리의 과오에서 유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인간이 멈추면 자연의 동력이 살아난다는 사실에도 비애를 느낍니다. 주님이 주신 이 경고에 귀를 기울이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우리에게 주시길... 
 
   끝으로 제가 즐겨하는 기도를 바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당신은 항상 선하십니다.”

 
* 갱웨이(Gang Way) : 지상과 선상을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만든 난간이 달린 좁은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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