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가톨릭부산 2021.09.29 11:18 조회 수 : 22

호수 2671호 2021.10.03 
글쓴이 최연수 신부 
저희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최연수 신부 / 해군 만포대성당 주임

 
   해군 만포대성당으로 부임하여 군종신부로서 생활한 지 어느덧 1년이 넘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군종병들도 2명이나 전역했고 미사를 함께 봉헌했던 장병들도 대부분 전역했습니다. 부임 후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지만, 첫 고민은 병사들의 간식이었습니다. 처음 몇 주는 이전과 같은 간식을 나누어 주었는데 병사들의 표정이 무덤덤했습니다. 신부님이 바뀌었는데 간식은 똑같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래서 병사들의 호응도를 높이기 위해 부대에서는 구매하지 못하는 외국 계열 과자를 간식으로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신선한 시도라며 좋아했지만, 몇 주가 지나자 부피가 줄고 양도 적어졌다고 실망한 표정을 보였습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당시 일병이었던 병사 한 명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신부님, 간식을 받으러 성당에 오는 것이 아닙니다. 코로나 시국에 미사를 봉헌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병사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기쁨을 나누었어야 했는데, 간식만이 기쁨을 나누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부터 간식보다 병사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코로나 이전처럼 활동 반경이 넓지는 않습니다. 위문과 부대 교육도 제한되어 병사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줄어들었습니다. 제한적인 상황에서 군종신부가 마음껏 할 수 있는 일은 기도였습니다. 주일 미사 때마다, 병사들의 영육 간 건강을 위해, 자녀를 걱정하는 그들의 부모님을 위해 지향을 넣고 봉헌하고 있습니다. 병사들은 미사 중 자신의 이름이 불리면 마스크 너머로까지 미소 짓는 표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군종신부로서, 한 명의 하느님의 자녀로서,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쁨은 간식이 아니라 홀로 있지 않다는 희망에서 온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여러분의 형제자매들인 군인들을 위해서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름 모를 타인이지만 하느님께 받은 사랑 안에서 그들을 기억해 주신다면, 그들 역시 더 큰 용기와 힘을 얻어 자신의 사명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군종신부들이 자신의 지닌 열정적인 마음으로 군사목에 임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339호 2015.08.02  휴가와 피정 황성일 안셀모 
2449호 2017.08.27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황규하 이냐시오 
2470호 2018.01.07  Sure, Why not? (그 뭐시라꼬!) 홍영택 신부 
2756호 2023. 5. 7  [젊은이에게 보내는 편지] 중독으로부터의 해방 홍성민 신부 
2606호 2020.07.19  한 끼의 힘 현주 라파엘라 
2622호 2020.11.08  내 마음의 평화 현주 라파엘라 
2356호 2015.11.29  기다림 현애자 로사리아 
2713호 2022. 7. 10  매듭을 풀다 현애자 로사리아 
2641호 2021.03.07  오후 5시 한옥선 율리아 
2673호 2021.10.17  주어진 소임에 최선을 다하여 한영해 아가다 
2807호 2024. 4. 7  나의 행복 리스트 한미현 에스텔 
2535호 2019.03.24  제34차 세계청년대회 참가자 수기 -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38) 한그린 미카엘라 
2023호 2009.11.29  도보 성지 순례 하창식 프란치스코 
2036호 2010.02.14  비행기도 하느님이 창조하신 걸까? 하창식 프란치스코 
2048호 2010.05.09  묵주의 9일 기도 하창식 프란치스코 
2060호 2010.08.01  부끄러운 고백 하창식 프란치스코 
2073호 2010.10.24  내가 먼저 미소를 [1] 하창식 프란치스코 
2081호 2010.12.19  성모님의 삶을 묵상하며 기도합니다. 하창식 프란치스코 
2146호 2012.02.05  작은삼촌 하창식 프란치스코 
2154호 2012.04.01  만우절 하창식 프란치스코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