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평화
현주 라파엘라 / 구포성당·수필가 rubia522@hanmail.net
올해 저는 견진성사라는 큰 은총을 받았습니다. 성사를 받으면서 새내기 신자라고만 여겼던 저를 더 크게 성장하도록 이끌어 주심에 감사드렸고, 흔들림 없이 믿음을 키울 수 있도록 보살펴주시길 청하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몇 해 전 예비자 교리를 받겠다는 말을 꺼냈을 때 ‘잘 생각했다.’라고 하시던 친정 엄마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처음엔 누구의 권유도 받지 않고 스스로 찾아온 길이라고 여겼는데, 돌이켜보면 매일 저를 위해 기도하시는 엄마의 정성과 저를 이끌고 미사에 참례하던 동생의 보이지 않는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동생을 따라갔던 주일미사에서의 느낌은 참으로 좋았습니다. 다함께 기도문을 암송할 때는 북소리가 울리는 듯 웅장했습니다.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바치는 기도 같아서 저절로 경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봉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도 손을 하고 자리로 돌아오는 한 아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장난꾸러기 같은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습니다. 신나게 뛰어놀다가도 늦지 않게 미사에 참례하여 기도할 줄 아는 아이라면 틀림없이 바르게 자라날 것입니다. 가끔 그 아이의 어여쁜 기도 손이 생각나면, 불안하고 힘들 때만 열심히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저의 모습을 반성하게 됩니다.
저는 미사 중에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순간이 좋습니다. 미소를 띤 얼굴로 마주보는 사람들에게는 짧은 순간이지만 다른이를 위해 기도하는 행복이 있습니다. 평화를 빈다는 말의 의미는 제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다가옵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축복의 말로,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위로의 말로 들리기도 합니다.
주님이 주시는 평화는 죽음마저도 뛰어넘을 수 있는 심층적인 의미의 평화라고 하셨던 어느 신부님의 말씀을 기억합니다. 작은 일에 쉽게 상처받거나 즐거움과 괴로움이 왔다 갔다 할 때면 내면의 깊은 마음속을 헤아려 보는 연습을 합니다.
오늘도 제 마음의 평화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웃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