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559호 2019.09.08 
글쓴이 박선정 헬레나 

7 rings(7개 반지)라는 팝송을 아시나요
.

박선정 헬레나 / 남천성당, 인문학당 달리 소장
 

   ‘7 rings’라는 최신 유행 팝송이 있습니다. 유튜브에 검색해보시면 약간 낯 뜨거운 뮤직비디오와 더불어, 귀에 익은 곡조의 노래가 나올 겁니다. 청소년들은 이미 보셨을 뮤비이지만 어떤 분들은 ‘무슨 이런걸!’이라며 언짢아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잠시만 인내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곡의 도입부가 친숙합니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이유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삽입곡 중 하나인 ‘my favorite things’(내가 좋아하는 것들)를 그대로 패러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로 ‘장미꽃 위에 맺힌 빗방울들, 고양이 수염, 밝은 구리 주전자’ 같은 것들을 노래합니다. 돈 안 쓰고도,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것들이죠. 무언가 두렵거나 슬플 때마다 이런 것들을 떠올리면 행복해진다고, 그녀는 7명의 남매들에게 얘기해줍니다.

   자, 그럼, 이 곡을 패러디하고 있는 ‘7 rings’로 가 볼까요. 이 곡 역시, 젊고 매력적인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은 ‘티파니에서의 아침, 거품 목욕, 문신을 한 소녀들, 긴 속눈썹, 다이아몬드, 현금지급기’ 등이지요.

   좋아하는 것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반복해서 속삭이지요. “보고, 마음에 들고, 갖고 싶으면, 바로 사버리지”라고 노래합니다. 그와 더불어 “갖고 싶지? 사버려!”를 세뇌시키듯 반복 후렴합니다. 이 부분에서 뮤비는 상당히 유혹적입니다.

   뮤비는 이처럼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의 순수한 세상과는 달라져 버린 ‘물질만능’의 현시대상을 대비시킴으로써, 이제는 행복도 사랑도 무엇이든지 돈으로 살 수 있는 작금의 시대를 관음적으로 보여줍니다. 현란한 뮤비 속 춤과 함께, 갖고 싶은 건 뭐든지 사버리라고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는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싸이렌’의 목소리 같습니다. 사실, 수많은 미디어와 광고 속에서 우리는 매 순간 소비를 부추기는 유혹의 목소리들을 들으며 살고 있지요.

   오늘은 ‘7 rings’를 먼저 유튜브에서 찾아 감상한 후, 다시 조용히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를 감상해 보시면 어떨까요. 그리고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 또는 나도 모르게 하느님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아 참.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열 개만 종이에 적어 보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호수 제목 글쓴이
2809호 2024. 4. 21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61차 성소 주일 담화(요약) 프란치스코 교황 
2808호 2024. 4. 14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창식 프란치스코 
2807호 2024. 4. 7  나의 행복 리스트 한미현 에스텔 
2806호 2024. 3. 31  무덤을 허물고 일어나 탁은수 베드로 
2804호 2024. 3. 17  뿌리 찾기와 순교자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03호 2024. 3. 10  참 삶의 길 윤경일 아오스딩 
2802호 2024. 3. 3  나에게 새로운 삶을 주신 분 유효정 마리스텔라 
2801호 2024. 2. 25  일상 속 작은 실천 김도아 프란체스카 
2799호 2024. 2. 11  신비롭게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몸처럼 손주희 레지나 
2798호 2024. 2. 10  배우고, 배운 것을 버리고, 새로 배우자! 원성현 스테파노 
2796호 2024. 1. 28.  “없는 이에게 베푸는 일을 미루지 마라.”(집회 4,3) 조수선 안나 
2795호 2024. 1. 21  연중의 삶 속에서 강은희 헬레나 
2794호 2024. 1. 14  새 사제 모토 및 감사인사 file 가톨릭부산 
2793호 2024. 1. 7  일상 가운데 함께 계시는 하느님 박수현 가브리엘라 
2791호 2023. 12. 31  세상을 건강하게 하는 백신, 성가정 우세민 윤일요한 
2785호 2023. 11. 26  제39회 성서 주간 담화 (2023년 11월 26일-12월 2일) 신호철 주교 
2783호 2023. 11. 12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마태 25,13) 최재석 사도요한 
2782호 2023. 11. 5  나만의 고유한 인생길 file 임성근 판탈레온 신부 
2781호 2023. 10. 29  아버지의 이름으로 탁은수 베드로 
2779호 2023. 10. 15  매주 만나는 하느님 나라 김도아 프란체스카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