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아라. 우리 하느님을 위하여, 사막에 길을 곧게 내어라.” 오십 년 동안 바빌론 땅에서 유배살이를 하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이사야는 이제 주님께서 찾아오셔서 해방의 날을 맞게 될 것이니,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광야에 길을 닦으라고 선포합니다.
이사야의 선포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바빌론 땅에서 예루살렘을 향해 행진할 광야를 뜻하지만, 성경에서 광야는 인간 내면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울퉁불퉁하고 거칠고 험한 길이 이어지는 내면의 광야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우리 내면의 그 광야에 주님을 위한 곧은 길을 닦으라고 이사야는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사야의 선포는 다시 세례자 요한의 목소리에 담겨 오늘 복음에서 울려 퍼집니다. 주님의 길을 닦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회개하는 것입니다. “회개하라.”는 요한의 설교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온 유다 지방 사람들과 예루살렘 주민들이 그에게 나아가, 자기 죄를 고백하며 세례를 받습니다.
그러나 요한의 역할은 뒤에 오실 분을 준비하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요한은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 그리스도께서 오시기 때문입니다. 마르코 복음서의 첫 대목처럼 바야흐로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는 최상의 준비는 말할 것도 없이 ‘회개’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만날 수 있는 길은 자신의 회개밖에 없습니다. 삶을 돌이켜 주님을 마중 나갈 때, 주님은 비로소 그 인생 안에 오십니다.
“위로하여라,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면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주님의 다정한 위로를 전하는 이사야의 외침이 울려 퍼지기를 기도합니다. 제가 있는 본당은 미사에 오시는 교우님들의 수가 팬데믹 이전의 60% 남짓 회복되었습니다. 다른 본당들도 비슷한 상황일 것입니다. 자의든 타의든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교우님들에게도 주님의 오심이 기쁜 기다림이 되기를, 우리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다시 시작되는 대림절이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