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삶

가톨릭부산 2015.10.15 05:50 조회 수 : 43

호수 2209호 2013.03.31 
글쓴이 황철수 주교 

부활의 삶

교구장 황철수 바오로 주교

해마다 부활절이 되면 과거 예비자 교리 시절의 한 질문이 생각납니다. 저의 예비자 교리는 ‘인간과 그의 종교적 필요성, 믿음과 그리스도교, 예수님과 성경,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신앙생활’이라는 흐름이었습니다. 단답식 암기 위주의 지식주입 방식보다는 이해와 설명을 중요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믿음의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은 큰 깨달음으로 생사관이 변환되는 차원이기에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여 자격증을 획득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어느 날 예수님의 부활을 설명하는 시간에, 부활은 ‘호랑이가 저기 나타났다’는 식의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그런 사건과는 다르다고 설명을 하면서, ‘부활로서 말해지는 ‘새로운 생명’에 대한 깨달음과 체험’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터졌습니다. 어느 분이 ‘당신의 체험을 들려 달라’고 주문을 하였습니다. 순간 저는 당황하였습니다. 결국 예비 신자들이 듣고 ‘아하, 그렇습니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이리저리 더듬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남에게는 부활의 의미에 대한 체험을 강조하면서 정작 제 자신은 그런 체험에 빈곤하였기 때문입니다. 부활 복음의 ‘주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말씀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는 메시지는 저를 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다시 한 번 저 자신에게 물어보고 싶네요. 과연 나는 일상의 삶에서 부활의 의미를 어떻게 체험하며 살아가는가?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도 이 물음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예수님의 부활을 고백하면서 어떻게 일상에서 그 의미를 살아내시는지요?

예수님 부활의 의미는 인간이 못질하여 결코 죽일 수 없는 그 생명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육신의 죽음도, 어떤 권력도, 세상의 어떤 힘도 파괴할 수 없는 본연의 생명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세상의 온갖 죽음의 힘인 세상의 죄를 태워 소멸시키는 제물의 길, 곧 자기희생의 길을 통해 본연의 생명을 드러내셨지요. 이 자기희생의 길을 우리는 통상 사랑의 길이라고 부릅니다. 이 시대에 사랑의 길이 희생의 길로서보다는 자기만족과 자기 유익의 길로서 왜곡되어 있는 것 같아 사랑이라는 말을 희생이라는 말로 바꾸었습니다. 이러한 자기희생의 길을 통해, 세상은 결코 파괴할 수 없는 생명에 도달한 것이 부활이라는 말이 담고 있는 소중한 의미입니다. 인간이 마음속 깊이 염원하는 생명은 100세, 200세로 끝나는 그런 생명이 아니라 영원과 절대의 경지로까지 확장된 생명 자체입니다. 우리는 그 생명을 죽고 난 후에나 만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보여주신 부활의 길을 통해 지금 만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넓은 길, 편안한 길로의 유혹이 심한 우리의 삶에서 ‘좁은 길’을 결단함으로써 새 생명을 열었다면 부활의 의미를 살아낸 것이 아닐까요. 이기적 세상에서 자기희생의 길을 회피하지 않음으로써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면 거기 부활의 생명이 꽃피고 있지 않을까요. 주님께서 우리 모두를 이끌어 주시어 매일매일 부활의 삶으로 인도해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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