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눈물

가톨릭부산 2023.03.22 11:34 조회 수 : 78

호수 2750호 2023. 3. 26 
글쓴이 노영찬 신부 

예수님의 눈물




 
노영찬 신부
송정성당 주임


 
   오늘 복음은 한 사람의 죽음과 소생에 관련된 여러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먼저 예수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여겼던 가족들이 질병으로 한 형제를 잃은 과정에서 자신들의 든든한 뒷배라고 믿었던 예수님이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항의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주님, 주님께서 여기에 계셨더라면 제 오빠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요한 11,21) 마르타의 항변은 곤경과 위기에 처해서 어쩔 줄 모르며 좌절하고 분노할 때 일어나는 원망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예수님이든, 하느님이든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부르짖는 절규입니다. 
 
   예수님과 돈독한 우정을 나누었던 마르타, 마리아, 라자로 남매들이 기대했던 도움은 예수님의 특별한 치유능력이었을 것입니다. 모든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는 전능하신 모습이 예수님답게 보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라자로의 발병과 죽음, 장례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얼른 뛰어들기는커녕 그저 묵묵히 지켜보셨습니다. 그러다 사람들 앞에 나타나셔서 비통하게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면서 비로소 라자로를 향한 예수님의 지극한 사랑을 진하게 느낍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바로 여깁니다. 라자로가 무덤에서 나와 소생하는 장면은 예수님의 곡진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자연스런 결말입니다. 그러기에 살아가면서 우리가 시련과 고통을 겪을 때, 예수님은 멀리 계시고 무심하게 침묵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 내가 겪는 모든 삶의 국면에 깊이 동참하신다고 예수님의 눈물은 분명히 알려줍니다.
 
   주변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어렵고 힘든 사태에 처할 때, 예수님을 찾기보다는 다른 존재나 수단을 먼저 떠올리는 듯합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견해, 유능한 ‘대화전문 인공지능’(챗지피티)의 판단을 구하거나 심지어 점집을 찾기도 합니다. 당연히 예수님은 이런 일을 시킬 수 있는 도우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예수님은 내가 원하는 것을 넘어서서 나에게 정말 필요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시는 분입니다. 나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분입니다. 한마디로 나를 위해 우시는 분입니다. 따라서 예수님과 같이 웃고 같이 우는 사이를 이뤄가는 것이 우리가 평생 누리며 간직해야할 믿음의 은총입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750호 2023. 3. 26  예수님의 눈물 file 노영찬 신부 
2749호 2023. 3. 19  시노달리타스의 시선 file 윤희동 신부 
2748호 2023. 3. 12  내적 갈증을 해갈해 주시는 분 file 김덕헌 신부 
2746호 2023. 3. 5  진정으로 사랑하면 보여주게 되는 것 file 조성윤 신부 
2746호 2023. 2. 26  사순, ‘본질로 돌아가는 여정’ file 변현수 신부 
2745호 2023. 2. 19  용서하기 힘든 자신 받아들이기 file 전재현 신부 
2744호 2023. 2. 12  주님의 감실인 우리 file 김수진 신부 
2743호 2023. 2. 5  세상의 빛과 소금 file 이광우 신부 
2742호 2023. 1. 29  행복의 조건 file 이주홍 신부 
2741호 2023. 1. 22  주인과 도둑 file 홍성민 신부 
2740호 2023. 1. 15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file 변성수 신부 
2739호 2023. 1. 8  “예수님을 찾고 있나요?” file 오창석 신부 
2738호 2023. 1. 1  “응, 엄마~” file 강인구 신부 
2737호 2022. 12. 25  우리 안에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시기를... file 손삼석 주교 
2736호 2022. 12. 18  불안과 확신 file 이창주 신부 
2735호 2022. 12. 11  “광야”, “하느님을 만나는 곳” file 김홍민 신부 
2734호 2022. 12. 4  메시아의 시대 file 윤정현 신부 
2733호 2022. 11. 27  무엇을, 어떻게 기다리십니까? file 엄종건 신부 
2732호 2022. 11. 20  신이시여 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King) file 서진영 신부 
2731호 2022. 11. 13  이름 file 김남수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