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심화와 확장

가톨릭부산 2015.10.13 07:49 조회 수 : 113

호수 2093호 2011.02.20 
글쓴이 이수락 신부 

사랑의 심화와 확장

이수락 요한보스코 신부 / 삼산성당 주임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오늘 복음에 나오는 이 말씀은 성경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 가운데 하나입니다. 탈출기 21장에 나오는 이 말씀은 법적 규정입니다. 개인적이거나 집단적인 복수가 아니라, 법적인 형벌에 관한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죄에 대한 공정한 처벌을 규정하는 것입니다. 사법제도는 흔히 강자들의 편에 서기 쉬운 현실에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라는 규정은 눈에만 해당되는 죄를 범하였을 경우, 그것에 해당하는 벌만 주라는 것입니다. 약자들에 대한 관심과 그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이 법의 관심사입니다.

복수심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 가운데 하나입니다. 누가 뺨을 때리면, 반사적으로 그의 뺨을 때리려고 합니다. 상대가 나보다 강해서 사정이 여의치 못하면, 멀리 가서 눈이라도 흘깁니다. “앙갚음하지 마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복수심과 미움에서의 해방을 요구하십니다. 미움과 복수심은 마음과 정신을 얽어매는 모진 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집착에서 자유롭기를 바라십니다.


이런 의미에서 바오로 사도는 “아무도 다른 이에게 악을 악으로 갚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서로에게 좋고 또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을 늘 추구하십시오.”(1테살 5, 16)라고 충고합니다. 악을 악으로 앙갚음하는 것이 아니라, 악을 선으로 갚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를 가지라는 말입니다.

이것은 결국, 오늘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강조하시는 ‘원수 사랑’으로 귀결됩니다. 사랑은 사다리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사다리는 두 개의 긴 나무로 이루어집니다. 사랑도 한 줄이 아니라 두 줄이어야 합니다. 한 줄은 벗을 위해서 자기의 생명을 바치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기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것입니다. 다른 한 줄은 원수까지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사랑은 한계를 몰라야 합니다. 벽을 허물고 사랑의 영역을 넓혀 ‘원수 사랑’에까지 도달해야 합니다. 사랑이라는 사다리의 한 줄은 ‘심화’이고, 다른 한 줄은 ‘확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심화와 확장이 균형을 이루며 나아갈 때, 사랑이라는 사다리는 하느님을 향해 뻗어갈 수 있습니다.

‘원수 사랑’은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그러나 불가능한것은 아닙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 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복음을 마무리하는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 먼저 사랑의 사다리를 타고 이 세상에 내려오셨고, 예수님께서는 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셨습니다. 우리도 심화와 확장이라는 두 줄로 된 사랑의 사다리를 타고 하느님께로 올라가야 합니다. 하느님과 인간이 만나는 장소가 바로 이 사랑의 사다리이기 때문입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085호 2011.01.02  제44차 세계 평화의 날 교황 담화문(요약) 주보편집실 
2085호 2011.01.02  주님 공현 대축일 손원모 신부 
2086호 2011.01.09  의로움 이민 신부 
2087호 2011.01.16  일상의 시간과 거룩한 시간 조욱종 신부 
2088호 2011.01.23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최성철 신부 
2089호 2011.01.30  행복하이소! 오창근 신부 
2091호 2011.02.06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강병규 신부 
2091호 2011.02.06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김정욱 신부 
2092호 2011.02.13  예수님의 마음 방삼민 신부 
2093호 2011.02.20  사랑의 심화와 확장 이수락 신부 
2094호 2011.02.27  종말론적 낙천 종말론적 낙천 
2095호 2011.03.06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 김효경 신부 
2096호 2011.03.13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박성태 신부 
2097호 2011.03.20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 하십시오(2디모 1,8) 장세명 신부 
2098호 2011.03.27  영원한 생명의 물 우종선 신부 
2099호 2011.04.03  우리도 눈먼 자라는 말은 아니겠지요? 정필종 신부 
2100호 2011.04.10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박경빈 신부 
2101호 2011.04.17  부활의 희망으로 백성환 신부 
2102호 2011.04.24  우리의 삶에 동행하시는 주님 황철수 주교 
2103호 2011.05.01  평화가 너희와 함께! 김경욱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