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가톨릭부산 2015.10.07 05:45 조회 수 : 47

호수 1974호 2009.01.04 
글쓴이 김정욱 신부 

교형자매 여러분,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공현(公現)대축일’은 성자께서 강생하시어 당신의 모습을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내 보이심을 기념하고 경배하는 축일로서, ‘公現(공현)’이란 ‘나타냄, 나타내어 보여 줌’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동방의 삼왕이 하늘에 나타난 별을 보고 그 빛을 따라 길을 떠나 마침내 그 별의 주인인 아기 예수님을 만나 뵙고 조배하고 예물을 바친 사실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2,000년 전 하늘에 떠 있었던 그런 별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아기 예수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 핵심적인 메시지를 동방박사가 만난 아기 예수님의 탄생의 비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동방박사가 만난 별빛의 주인공은 과연 어떤 분이셨을까요? 동방박사들은 각자의 부푼 희망과 꿈을 갖고 별빛을 따라 나섰습니다. 그들은 별빛의 주인공을 위대한 왕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초라한 마굿간에서 별빛의 주인공을 만나게 됩니다.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곳에서의 만남, 그것도 초라한 말구유에 누워 계신 왕이라니, 믿기 어렵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대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동방박사 세 사람이 수만리 머나먼 길을 떠나 악전고투 끝에 만난 그 별빛의 주인공의 모습이었습니다. 유다가 거부하고 오히려 이방인들이 수렴한 말구유의 탄생, 이것은 십자가의 역설적 진리, 바로 그것입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바로 이 역설의 진리가 만백성에게 널리 공표 되는 것입니다.

교형 자매 여러분! 요즘 우리는 그 힘들고 어렵다던 IMF 때보다 더 어려운 시기을 보내고 있습니다. 끼니를 때우지 못하는 결식아동, 독거노인, 노숙자, 사업을 하다 부도가 나서 자살을 하는 가장도 허다합니다. 만약 주님 공현의 역설적 진리 앞에서 “유다인의 왕으로 태어나신 분을 우리는 어디서 만나 뵈올 수 있을까요?” 하는 질문이 생긴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그분을 만나고 싶다면 앞서 언급한 어려운 이들에게 달려가라고 그리고 이것저것 계산하면서 머뭇거리지 말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바로 이분들이야말로 2000년 전 초라한 마굿간에서 동방박사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셨던 만왕의 왕, 아기 구세주이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공현대축일을 지내는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오늘날에도 많은 곳에서 그분의 탄생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을 부르고 계십니다. 이제 우리도 2000년 전 동방박사처럼 어려움과 고통에서 헤메이고 있는 가난한 이웃 속에 계시는 그분을 찾아 떠나야 합니다. 그래서 아파하는 그분을, 굶주려 있는 그분을 위로해 드려야 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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