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안내자 예수님

가톨릭부산 2015.10.07 05:32 조회 수 : 21

호수 1971호 2008.12.25 
글쓴이 황철수 주교 

한 해를 되돌아보면 개인적으로나 사회 공동체적으로나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미 자유 무역 협정, 쇠고기 수입, 기름값 폭등, 금융 위기' 등의 일들이 떠오릅니다. 이 말들은 결국 '경제'라는 말로 압축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제라는 말은 이제 우리의 삶에서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말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 살리기’에 관한 것은 모든 이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우리는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경제 살리기가 단순한 구호로 되는 일은 아니라고 하는 것을 느낍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하여 테크닉과 전략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술과 전략만으로는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도 배우게 됩니다. 경제 문제를 진단하는 많은 이들이 경제가 살아나기 위한 ‘바탕’으로 꼽는 것이 '신뢰'입니다. 결국 우리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제 문제의 중심에 '돈'이 아니라, 책임, 사랑, 공정, 희생 같은 신뢰의 가치들이 있다고 하는 사실입니다. 결국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경제 주체인 인간이 ‘책임을 다하는 마음, 남도 생각하는 마음, 자기 십자가는 자기가 진다는 자세’, 그런 희생과 사랑의 마음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작은 습관 하나를 변화시키는데도 몇 년이 걸립니다. 더구나 인간 자신이 희생과 사랑으로 변화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릅니다. 인간이 구원되는 것은 늘 외치는 그 사랑이 완성되는 때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그 길이 너무나 먼 길입니다. 도달하기가 가능한지도 의문입니다. ‘사랑의 완성점’, 거기는 ‘하느님의 경지’이니까요. 하느님이 우리에게 내려와 그 길을 밝히고 인도하신다면, 그것은 온전히 믿고 신뢰할 수 있습니다. 성탄축일이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그 하느님께서 내려와 빛을 비추이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의 눈높이에 맞추어 구원의 안내자를 선물하셨다는 뜻입니다. 세상에 오신 주님께서는 우리가 어떻게 구원의 경지에 도달하는지 그 길을 몸소 보여주실 것입니다.

오늘은 그 첫걸음을 기억하는 축일입니다. 세상은 늘 왁자지껄하고 거창한 출발을 주목합니다. 그러나 세상에서의 하느님의 출발은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오두막에서의 고요한 출발입니다(고요한 밤). 하느님답지 않은 그 출발이 어쩌면 우리를 불편하게도 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보여주시는 '자기 비움과 사랑의 길'이 우리의 온갖 문제를 푸는 ‘바탕이 되는’ 거룩한 길임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거룩한 밤). 우리가 소망하는 행복한 삶의 ‘참된’ 바탕이 하느님께서 세상에 오시어 보여주신 '온갖 욕망의 물결을 거슬러 십자가를 지는 그 길'에 있음을 성탄절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고백합니다.

2008년 한 해 동안 크고 작은 십자가를 무사히 지시고 이 해의 끝자락에 서신 모든 분들에게, 예수님께서 각자의 마음에 새로이 탄생하시어 사랑의 빛으로 밝혀 주시고 힘과 용기를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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