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타와 마리아
임석수 바오로 신부 / 가야성당 주임
오늘은 농민 주일이다. 성소 주일, 군인 주일 등이 그러하듯이 농민 주일에도 교회는 농민들의 노력과 수고를 기억하면서 우리 농촌의 어려움을 알리고 농민들을 위해 기도하며 농촌을 보존하고 살리는데 한 몫을 다한다. 이미 가톨릭농민회를 중심으로 농촌 사목이 활발히 전개되어 왔고, 가톨릭농민회의 주관으로 1993년에 출범한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를 통해 도시와 농촌 간에 인격적, 공동체적 관계를 중심으로 한 만남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전국의 우리농 매장을 통해 식품과 먹거리의 교류도 이루어지고 있다. 모든 교우의 관심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는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천사를 맞이했던 것처럼 마르타와 마리아는 예수님을 맞아들인다. 그리고는 온 정성을 다해 시중을 든다. 마르타는 예수님께 드릴 음식을 준비하고, 마리아는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다. 물론 마르타도 예수님을 맞이하면서 계속 부엌에서 일만 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예수님과 간간이 말도 주고받았을 것이다. 예수님의 시중을 들었으니 말이다. 예수님은 마리아가 마르타보다 더 좋은 몫을 택했다고 하지 않았다. 마르타는 마르타대로, 마리아는 마리아대로 서로 비교하여 말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
만일 마리아가 예수님께, “주님, 제 언니가 주님의 말씀은 안 듣고, 주방에서 일만 하고 있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여기 와서 주님의 말씀을 들으라고 언니에게 일러 주십시오” 라고 말했다면? 예수님께서 “그렇구나. 마르타야, 하던 일을 멈추고 여기 와서 내 말을 들어라”라고 하셨을까? 아마도 오히려 예수님께서는 마리아에게 “마리아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마르타가 자기 일을 하게 놓아두고 너는 내가 하는 말에 집중하여라”라고 하셨을 것 같다.
마르타와 마리아의 관계는 대립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관계이다. 약간 다른 방식이지만 같은 목적지를 향해서 가는 동반자이다. 때로는 마르타처럼 열심히 일을 해야 하고, 때로는 마리아처럼 주님 앞에 앉아서 주님과 대화하는 것, 즉 기도도 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수도회에서는 “기도하며 일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이다. 맡겨진 일을 열심히 수행하면서, 동시에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