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161호 2012.05.20 
글쓴이 이창신 신부 

하실 일을 다 하시고 하늘로 오르신 예수님

이창신 이냐시오 신부 / 직장 노동사목 담당

어렸을 때 극장에서 슈퍼맨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하늘을 날고, 한 손으로 자동차를 들어 올리고, 못하는 게 없는 영웅. 하지만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이를 극복하고 마침내 지구를 지켜낸 주인공.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지구를 바라보며 홀로 고요하게 편안하게 하늘을 납니다. 어린 저는 영화가 끝난 아쉬움과 영웅에 대한 그리움으로 애틋하게 그 장면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나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무한한 하느님의 존재, 그리고 그분의 사랑과 정의를 증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여러 가르침과 표징들, 그리고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이 모든 것을 이루셨습니다. 하느님에 관한 기쁜 소식을 당신의 삶을 통해 증명하신 그분은, 우리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분명하고 충분하게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지상에서의 당신 역할을 마치신 그분은 육의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으시고 본래 계셨던 하느님의 곁으로 가십니다.
승천은 예수님과 제자, 예수님과 세상의 이별을 뜻하기는 하지만 믿음과 기다림, 복음 선포의 사명을 돌아보게 합니다. 세상을 떠나 하늘로 오르신 그분을 만날 수 있는 길은 믿음입니다. 과연 우리는 보고, 듣고, 만지는 감각만으로 어떤 존재나 사실을 분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감각은 더욱 자극적인 것을 원하고, 오히려 더 의심하게 하고, 우리의 영혼과 마음을 메마르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각으로 만날 수 없는 분이기에 계시지 않는 것이 아니라, 믿음이라는 도구를 통해 우리는 더욱 자유롭게 그분과 교감할 수 있습니다.
승천은 또 다른 기다림의 시작입니다.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던 그분은 엄중하면서도 자상한 심판자로 다시 오십니다. 예수님의 오심과 떠나심, 그리고 기다림, 또 다른 만남은 자세히 살펴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가 개인적으로 체험하는 신비입니다. 우리는 기다림과 만남의 신비를 이해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기다림의 자세로 참된 예수님을 만나고, 그 만남의 기쁨으로 이웃과 이웃의 아픔을 함께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온 세상에 복음이 전해지기를 원하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복음의 삶을 살고, 전할 때 여러 가지 표징으로 함께 하시겠다는 약속을 하십니다. 전혀 기쁨이 없고 기쁨의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이웃들에게 기쁨을 전하는 일은, 우리를 좌절하게 하고 무력하게 하기도 하지만, 그분의 약속을 믿고 다시 일어설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지상의 시간이 끝났지만 떠나도 함께 하신다는 그분이, 더욱 듬직하고 가깝게 느껴지고 자랑스러운 주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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