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06호 2016.1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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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용조 신부 |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박용조 신부 / 장산성당 주임
영화만큼이나 유행했던“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하는 이 말이 아직도 회자되는 것은 그만큼 오늘의 우리 삶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실용이나 유용 등의 그 효용가치만을 쫓다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은 채 정신없이 헤매며 사는 것 같다.
과학과 물질만능이 우선시 되는 현대사회에서는 지식이나 진실을 그 자체로써 다루지 않고 생활상의 수단으로 보는 실용주의가 정말 무엇이 중한지를 혼돈케 한다. 목적보다 수단들이 실생활에서 성공적이거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아 유용할 때 그것을‘참’이라고 하는 이런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변하므로 객관적인 진리를 찾는다는 것이 이제는 무의미하게 되어버렸다.
장자는‘無用之用(무용지용-쓸모없음의 쓸모있음)’을 말하였는데, 이는 곧 사람들은 누구나 다 쓸모있는 것의 쓰임새를 알고 있지만, 쓸모없는 것의 쓰임새를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하였다. 무릇 모든 것은 그 나름의 쓸모가 있는데, 단지 그 쓸모가 잘 드러나는 것과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의 차이가 있을 뿐, 겉만 보고 섣불리 대상의 가치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오늘 복음에서, 자캐오는 당시 사람들의 잣대로 보면 매력적이거나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효용가치로는 오히려 멸시의 대상이었다. 그는 군중 속의 고독한 사람 곧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하여 자신의 쓸모없음의 쓸모있음, 곧 무용의 용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이제 더 이상 주위 시선 따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바꾸어놓았다. 이러한 자캐오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아니 되찾아야 할 우리 신앙인들의 참 모습이 아닐까?
점점 더 본질을 도외시하며, 그저 눈에 보이는 실용적 가치를‘우상화’하는 현실을 보면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오히려 쓸모없음에도 숨겨진 유용이 있다. 숨겨져 있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유용만 쫓다 보면 무용해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제2독서의 말씀처럼 쉽사리 마음이 흔들리거나 불안해하지 말아야겠다. 왜냐하면, 하느님은‘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기에 모든 사람에게 자비하시고, 사람들이 회개하도록 그들의 죄를 보아 넘겨주십니다.’(지혜 11, 23)라는 제1독서 말씀처럼 하느님은 우리의 죄까지도 무용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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