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은 나의 목자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윤희동 바울리노 신부 / 빈민사목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 28)
하느님의 파견 명령을 받은 가브리엘 천사께서 성모마리아에게 전한 말씀이다. 이 은총의 말씀은 어린 소녀로서 그 당시 사회 풍습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 뻔한 것으로써, 그것은 약혼한 성모마리아께서 동정을 잃지 않으시고 예수님을 잉태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모마리아께서는 정말 그것이 가능한지를 가브리엘 천사에게 질문을 하는데, ‘하느님께서는 가능하다’라는 대답을 듣고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 38)고 순명의 말씀과 함께 기원의 말씀도 또한 덧붙인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하느님의 구원 섭리 안에서 개인적으로든, 공동체적으로든 그 안에서 생기는 상황을 파악하고 하느님의 뜻을 바로바로 분별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나 일을 통해 만나는 사건들을 맞닥뜨리게 되어, 하느님의 뜻 안에서 제대로 알아듣고 판단하며 실천하는 생활이 될 때는 좋아 죽겠고, 그렇지 않게 될 때는 심신이 얼마나 불편한가? 그러니 신앙 생활하는 누구나 어떤 상황이든 ‘어이쿠’ 하면서 후회하는 경우가 되기보다는 바로바로 하느님의 뜻을 구현하여 자신이나 공동체가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맛보는 생활이 되어 신나는 삶이 되길 원한다.
오늘 복음 말씀은, 그렇게 되는 데는 기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성모마리아를 통하여 보여 준다. 그것은 성모마리아의 질문과 판단을 드러내는 표현 중에서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라는 성모마리아의 표현은 우리 자신의 심신에 무엇이 심어져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러므로 ‘주님은 나의 목자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라는 신앙고백을 바탕으로 하는 신앙생활은 어떠한 만남과 사건에 대해서도 심신이 안정되어 침착하게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는 과정과 결과를 현실적이면서 미래지향적으로 진행하게 될 것이다.
특히 우리 부산교구 수호자이신 묵주 기도의 동정 마리아와 동반하는 우리의 신앙생활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모자라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때 우리의 심신은 더 굳건히 다져질 것이다. 그러면 우리 자신은 하느님 나라의 기쁨 가운데 누구에게든 협조자이면서 인도자로서의 좋은 도구가 된다. 그것은 도망가지 않고 성모마리아처럼 제대로 대처하는 삶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그리하여 삶의 기쁨과 고통을 겪을 때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는 신앙생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