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32호 2017.0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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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유영일 신부 |
하늘나라로 가는 여정에서
유영일 아우구스티노 신부 / 울만성당 주임
우리의 신앙은 찰나에 불과한 현세의 삶이 영생을 좌우한다고 믿습니다. 또한 과거는 이미 지나간 것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에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것이고, 그 매 순간을 하느님의 뜻에 따라 충실하게 살아갈 때 그 점들이 영생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면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요!(2코린 6, 2 참조)
그러므로 우리의 삶은 하느님 나라로 가는 나그네 여정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 여정에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몇 가지를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우선, 이 여정에서-우리에게 어떤 시련과 고통이 주어진다 하더라도-비록 우리가 깨닫지는 못하여도 예수님께서는 늘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우리의 십자가를 함께 지고 가시기에 실의와 좌절에 빠져 허송세월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도 동행하는 동안에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둘째, 부활은 죽음을 전제로 하기에 수난과 십자가의 죽음이 없는 부활의 영광은 없다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사도들은 물론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 역시 당시의 유대인처럼 자기들을 로마의 압제에서 해방시켜줄 세속적인 메시아를 기대했기에, 여러 차례 예수님의 발현을 목격하고서도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여정의 필연적인 연관성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오순절에 성령께서 제자들에게 임하신 다음에야 비로소 그 전체적인 의미를 깨닫게 되지요. 오늘 1독서는 성령강림에 바로 이어지는 내용으로 단순하고 무식한 어부에 불과했던 베드로가 성령을 받아 담대하게 모여든 군중에게 이 사실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셋째, 그들은 빵을 떼어주실 때에야 예수님을 알아보았는데 그것은 나그네 대접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만일 그들이 예수님을 붙잡지 않았더라면 그 기회는 없었겠지요. 아브라함 역시 나그네 접대를 통해서 하느님을 만나는 행운을 누리게 되지요.
예수님의 부활을 믿고 있다고 말하는 우리들은 얼마나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질 수밖에 없는 십자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요? 우리의 밥이 되어 오시는 예수님을 매일 혹은 매 주일 모시면서도 자신만을 위해서 살고 있지는 않은지요?
성령께서 오셔서 사랑의 불로 우리의 마음을 타오르게 하시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심을 믿고, 하늘나라로 가는 여정에서 우리들 역시 나그네에 불과함을 깨닫고 나그네 대접을 극진히 함으로써 부활의 기쁨과 영광 속에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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