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29호 2017.04.09 
글쓴이 오창열 신부 


 

성주간, 주님 일생의 마지막 한 주간

 

오창열 사도요한 신부 / 삼계성당 주임

 

  예루살렘의 길을 걸었던 두 사람이 있습니다. 비슷한 나이의 젊은이로, 두 사람 모두 33세의 짧은 인생을 마감했습니다. 기원전 4세기에 세계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BC 356~323)과 기원후 30년에 십자가의 길을 걸었던 예수님입니다. 알렉산더는 예루살렘을 정복하려고 그 길을 걸었고, 예수님은 사형장으로 가는 길을 걸었습니다. 알렉산더는 세계를 정복했고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젊은 피를 흘리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철저히 자기를 버리고 인류 전체를 살리기 위해 십자가에서 피를 흘렸습니다.

 

  세상을 다스리고 통치하는 방식에서도 극적인 대조를 보입니다. 알렉산더는 힘의 논리를 앞세워 창과 칼, 위협과 채찍으로 세상을 다스리고 복종시켰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섬김과 희생, 봉사와 사랑으로 생명을 돌보셨습니다. 알렉산더는 무력으로 세계를 평정하고 정복된 사람들을 자신의 노예로 삼았으나, 예수님은 사랑과 자비로 죄의 사슬에서 신음하는 이들을 풀어주시고 자유와 해방을 주셨습니다.

 

  죄 없으신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어이없이 돌아가셨지만, 수많은 사람을 죽인 알렉산더는 전쟁 영웅으로 승리의 왕관을 썼습니다. 분명히 현실에서는 알렉산더가 승자이고, 예수님이 패자입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예수님은 철저히 실패한, 영원한 패자였습니다. 그러나 영적인 눈으로 보면, 예수님은 영원한 진리의 왕관을 쓰신 승리자이십니다. 그분은 사랑의 길, 영원한 생명을 주는 구원의 길, 승리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서 승리하는 길을 택하지 않고, 영원한 승리의 길을 걸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십자가의 길, 고통과 수난의 길을 따라 걷습니다. 거기에 생명이 있고 구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수난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수난과 죽음의 길을 걸어가신 이유가 나의 죄에 있고, 나에 대한 사랑, 나의 구원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거룩하고 성대하게 거행되는 성삼일의 전례 안에서 주님 일생의 마지막 한 주간을 지내고 주님의 부활 축제를 큰 기쁨으로 맞이하기를 기원합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646호 2021.04.11  하느님의 자비로 용서하는 우리는 신앙인 file 박혁 신부 
2645호 2021.04.04  삶이 바뀌어야 부활이 옵니다. file 손삼석 주교 
2644호 2021.03.28  주님 ‘수난’의 성지 주일 file 신호철 신부 
2643호 2021.03.21  조화(造化)로우신 하느님 file 박종주 신부 
2642호 2021.03.14  사람의 아들처럼 우리도 들어올려 질 수 있기를.. file 이상일 신부 
2641호 2021.03.07  성전 정화 file 손태성 신부 
2640호 2021.02.28  내 삶의 고통이 부활의 씨앗입니다. file 이강수 신부 
2639호 2021.02.21  희망의 사순절을 만들어 갑시다. file 김현일 신부 
2638호 2021.02.14  내 안의 코로나 file 김종엽 신부 
2637호(호외) 2021.02.12.설  “깨어 준비하여라.” 맹진학 신부 
2637호 2021.02.07  사명이 있어야 일상이 아름답다. file 박성태 신부 
2636호 2021.01.31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려고 하는가? file 김수원 신부 
2635호 2021.01.24  아직 오지 않았지만 이미 왔다 file 권경렬 신부 
2634호 2021.01.17  무엇을 찾느냐? file 최현욱 신부 
2633호 2021.01.10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 file 김정렬 신부 
2632호 2021.01.03  이제는 우리의 공현을··· file 김원석 신부 
2631호 2020.01.01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로마 5,20) file 최윤호 신부 
2630호 2020.12.27  ‘또 하나의 성가정’이 되고자 file 석판홍 신부 
2629호 2020.12.25  고통을 넘어 희망을 주시는 아기 예수님의 성탄 file 손삼석 주교 
2628호 2020.12.20  우리 함께 예수님께서 꾸셨던 꿈을 꾸어요. file 윤기성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