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23호 2017.0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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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구경국 신부 |
소유냐 존재냐
구경국 신부 / 덕신성당
“어느 사람이 끈덕지게 빌어 하느님께 세 가지 소원의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우선 그는 더 좋은 여자와 결혼할 수 있게 아내가 죽게 해 달라고 청했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여자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아내를 다시 살려 주십사고 빌었습니다. 그러고는 이제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소원으로 무엇을 청할까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우리 사회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소비주의 문화는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보증 받기 위해 많이 소유하여 소비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를 지배하도록 합니다. 그 결과로 교회 공동체 안에서조차 약자들이 소외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직면하여 우리가 청해야 할 것은 한 가지밖에 없어 보입니다.
실상 우리는 가능한 많은 것을 소유해야하는 여러 가지 이유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편안한 노후나 자녀들의 안녕, 봉헌과 가난한 이웃들과의 나눔 등을 위하여 재물에 집착할 수밖에 없고, 재물을 모으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심지어는 하느님조차도 재물을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물을 가지면 가질수록 성취감으로써 삶이 충만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쩔 수 없는 공허함이 우리는 감싸게 됩니다. 그래서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추구하지만 결과는 안타깝게도 그만큼 더 많이 생겨나는 공허함입니다. 그래서 급기야는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고 하기도,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기도, 그것으로써 권력이나 명예를 얻으려고 발버둥 치기도, 심지어는 약자들을 무시하고 괴롭히기까지 해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또 다른 공허함뿐입니다.
그 공허함을 벗어나기 위하여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고 말씀하시는데, 그것은 소유에 집착하는 삶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 특히 나보다 가난하고 약한, 그래서 내가 마음대로 무시해도 좋은 것 같은 사람들과 가진 것을 나누며 함께 존재하면서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지는 해보다, 적당히 구름이 깔려있는 산 너머로 지는 해가 훨씬 더 예쁜 노을을 만들어 주변을 더욱 넓게 물들이듯이, 혼자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여 양보하고 포기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나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며, 바로 그 속에서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내일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소유에 집착하기보다는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을 추구해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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