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造化)로우신 하느님

가톨릭부산 2021.03.17 10:38 조회 수 : 34

호수 2643호 2021.03.21 
글쓴이 박종주 신부 

조화(造化)로우신 하느님

 
박종주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인성교양학부 교수

 
   사람들은 누구나 겨울의 끝자락에 이르면 봄을 기다립니다. 아무리 겨울이 포근했다 해도 봄을 기다리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로 힘든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봄과 함께 생명으로 다가오시는 하느님께서 육체적 질병뿐 아니라 공포심과 우울감, 불안감 같은 우리 마음의 질병까지도 사라지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는 예수님의 말씀 속에는 생명과 죽음, 더 나아가 모든 우주 만물의 조화가 숨겨져 있습니다.
   먼저, 밀알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생명과 죽음의 조화에 대하여 말씀하십니다. 밀알은 땅에 들어가 죽어야 움이 트고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죽지 않으면 열매를, 즉 생명을 맺을 수 없지요. 또, 하나의 밀알이 싹트기 위해서는 자기 몸을 찢고 깨트리는 고통이 따릅니다. 사실 우리 인간들도 오만한 이기주의를 죽이지 않고는 하느님의 생명을 받을 수 없습니다.
 
   두 번째로 한 알의 밀알이 생명을 틔우기 위해서는 흙, 물, 바람, 공기와의 조화도 필요합니다. 흙이 포근히 감싸주지 않으면, 물이 촉촉이 적셔주지 않으면 생명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이와 같습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하느님 앞에 혼자 나아가지만 결코 ‘완전히’ 혼자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 각자도 이웃을 위해 흙과 물이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알의 밀알이 생명을 틔우기 위해서는 대자연의 모든 것들을 생명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바로 가장 중요한 하느님과의 조화가 필요한 것이지요.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신 하느님께서는 우리들 가슴에 당신 법을 넣어 주셨고, 우리들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셨습니다.(예레 31,33 참조) 우리에게는 흙과 물, 바람 등의 도움을 통해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는 하느님의 손길이 꼭 필요합니다.
 
   이 사순 시기는 자기를 죽이고 이웃들과 어우러짐으로써 생명으로 나아가는 시기입니다. 또한 우리의 “허물을 용서하고, 죄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으시는”(예레 31,34) 하느님을 찾는 시기입니다. 남은 사순 시기 동안 자기 안에 심어진 이러한 조화의 모습들을 하나둘씩 찾아가도록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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