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정화

가톨릭부산 2021.03.03 10:40 조회 수 : 53

호수 2641호 2021.03.07 
글쓴이 손태성 신부 

성전 정화 

 
손태성 신부 / 장유성당 주임

 
   봄꽃들이 무심(無心)히 피어납니다. 묵묵히 순리대로 살아낸 곳에서 새 생명이 피어납니다. 한데, 사람은 유정(有情)하고 욕망하여 새 생명으로 거듭나기가 그리도 어렵습니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과 마음은 고통이 되고 자아(自我)의 옹벽은 무너질 줄을 모릅니다. 있는 것 다 털어내고 빈 몸뚱이로 겨울을 살아낸 정화(淨化)과정 없이 꽃은 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채움이 아니라 끊임없는 비워냄입니다. 은혜로운 사순 시기, 빈 들로 나아가 빈 몸뚱이로 하느님 앞에 서야 합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요한 2,19) 예루살렘의 성전에서 채찍을 휘두르시며 환전상과 상인을 내쫓으시던 예수님의 분노가 향하는 곳은 어디입니까? 2,000년 전의 그분의 분노가 이 팬데믹 시대에도 사람들 안에서 함께 표출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성전을 세상이 더 잘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들만의 집은 하느님의 집이 아님을, 진리와 영의 예배가 아닌 탐욕과 무지의 집단적 광란임을 오히려 세상이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며 탄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전을 허물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이 시대에도 타당합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1코린 3,16) 우리 안에 영이 계심을 들어 알지만 그 영과 접속하며 살아가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영은 어디에나 계시지만 어디에서나 찾아질 순 없습니다. 고요히 앉으십시오. 끊임없이 일어나는 오만가지 망상과 허상을 잠재우십시오. 나의 숨 안에 영이 함께 계심을 느껴 보십시오. “정신을 차리고 깨어있도록 하십시오.”(1베드 5,8) 그래서 형제애로 모든 이를 대하고 모든 피조물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느끼며 정의와 공정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원하십시오. 오염된 세상에 발을 담그고 있지만 하늘로 한 걸음씩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의 노력이나 행위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우리의 고백이 진실하다면 하느님의 은혜가 그리해 주실 것입니다. 그냥 무심(無心)히 비우십시오. 내 안에서  새 생명이 무심히 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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