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작년 이맘때부터 대면미사가 중단됐었지요! ‘이런 경우도 있나?’ ‘금방 풀리겠지’ 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았지만, 사순과 부활 그리고 대림과 성탄마저 성체를 모시지 못한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지요!
오늘의 제1독서는 악성 피부병에 걸린 사람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그는 그로 인해 공동체에서 격리, 추방되고 다 나을 때까지 외진 곳에서 외롭게 혼자 살아가는 아픔을 겪습니다.
지금의 우리에게도 결코 낯설지만은 않은, 오히려 익숙한 상황입니다. 그렇습니다. 구약시대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정확히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병도 병이지만 전염성을 갖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였기에 그는 이중고를 겪습니다. 우리 곁에서도 이미 적지 않은 분들이 격리를 넘어 돌아가셨고, 목숨까지는 아니더라도 생계의 위협과 주변의 따가운 시선 그리고 후유증으로 많은 이들이 아파합니다. 아니 우리 모두가 참 많이 아프고 힘듭니다. 그래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되뇜처럼, 지금의 아픔도 조금씩 그 위세가 꺾이고 사라지겠지요.
이를 말해주듯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나병환자를 가엾게 여기시어 그의 병을 고쳐주십니다. 정말 다행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나 코로나보다 더 지독한 바이러스는 따로 있는 듯합니다. 사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이 존재하는 곳에는 쉽게 그 위세가 꺾이지 않는 악성 피부병, 나병이 항시 있어 왔습니다. 시기, 질투, 미움과 무관심, 교만, 욕심, 분노, 이기심 등이 그것들이라 하겠습니다. 이길 수 없었던 것인지 이기기 싫었던 까닭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는 은혜로운 사순 시기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어떻게,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할까요? 아픈 이를 가엾게 여기시어 당신 치유의 손길을 내밀어주신 예수님처럼 우리들도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하고, 도움과 나눔이라는 사랑의 손길을 내밀어야겠습니다. 그리고 감추고 감추어도 결코 감추어지지 않는, 내 안의 고질병들을 주님께 보이고, 치유받기를 간절히 청해야겠습니다. 낫기를 바라는 환자의 노력은 더 큰 기적을 낳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