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만나러 갑시다

가톨릭부산 2017.09.13 10:15 조회 수 : 183

호수 2452호 2017.09.17 
글쓴이 백성환 신부 

주님을 만나러 갑시다

백성환 안드레아 신부 / 우정성당 주임

 “천주를 모른다고 한마디만 하면 살려주겠다.”날이 선 칼날이 내 목에 닿아있고 주변에는 고통의 비명과 떨어져 나간 머리가 뒹굴고 있다.‘천주를 믿지 않았더라면’‘천주님 당신께로 기쁘게 나아가리다.’이렇게 내 신앙을 증거하고 천주께 나아가야 하는데. 마음보다 앞서 혼란스럽고 두렵고, 주체할 수 없는 공포로 몸서리쳐진다.‘어떡해야 할까? 목숨이라도 살고 봐야 하나.’‘아니다! 나 비록 천주께 죄인이나 이 세상에서 천주의 사랑으로 기쁘게 살았으니 이제 죽음으로 그 사랑을 증거하리라. 나 천주를 선택했을 때 이미 세상을 버리고 하늘나라를 살리라 결심하지 않았는가! 앞서 천주께로 나아간 형제자매들의 손을 붙잡고 오늘 천국에 들리라. 주님, 저들을 제가 용서하오니 저들의 죄를 용서해 주소서. 그리고 조선천주교회를 보살펴 주소서.’“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 38∼39)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내가 지금 그 자리에 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간혹 사람들은 순교자들을 향해 어려운 조선 사회의 모습을 빗대어 이렇게 사나 죽으나 매한가지의 심정으로 그저 천국을 바라보며 죽음을 선택했으리라 판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목숨을 내어놓는다는 것, 그것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것이며, 단순한 순간의 선택으로 될 일은 아닐 것이다. 주님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과 굳건한 믿음이 희망으로 삶 속에 함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순교자들은 위대하다. 모든 것을 주님을 위하여 살고 목숨까지 기꺼이 내어놓으셨던 순교자들을 생각하면 그들의 삶 전체가 더욱 존경스러워진다. 그리고 모든 것을 버리고 깊은 골짜기로, 그리고 삶의 자리에서 은밀하게 천주를, 그 신앙을 자손들에게까지 전하려 애썼던 우리 신앙 선조들 삶의 순교의 모습 역시 존경할 수밖에 없다.
  오늘의 신앙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면 부끄러울 뿐이다. 우리는 순교자들의 피로 세워진 교회라고 말은 많이 하지만 진정한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살아가는 후손들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온전히 신앙이 내 삶에 녹아들어 있는지, 주님과 만나려 얼마나 애쓰며 살고 있는지, 얼마나 용기있게 용서하고 사랑하려 하는지를 말이다. 삶의 순교는 자신을 버리고 비워 내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또 그 자리에 주님의 사랑을 채워나가길 바란다. 그리고 당당히 신앙을 살아가며 외치자. 나는 하느님의 사람이며 하느님의 나라는 영원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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