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505호 2018.09.09 
글쓴이 권동국 신부 

“에파타” - 말씀에 대한 더 적극적인 경청(傾聽)의 요청
 

권동국 신부 / 하단성당 주임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귀먹은 벙어리를 치유하시는 기적으로 당신이 메시아이심을 드러내신다고 고백합니다.
   이 말씀에 대해 교회는 전통적으로 신체적 치유의 관점만이 아니라, 영적인 에파타(열림)의 관점에서도 이해합니다. 세상의 소리를 듣고자 염원하는 이의 귀를 열어주시듯이, 영적으로 미숙한 신앙인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알아듣게 마음의 귀를 열어주시는 분이 예수님이시라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례 전에 ‘에파타 예식’을 거행하거나 내적으로 전제하는 방식으로 영적인 귀가 이미 열린 사람들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듣는 능력으로 주님 말씀에 귀를 쫑긋 세우고 귀담아들어서 믿음으로 나아가고 믿는 대로 말하게 되면, 은혜를 베풀어주신 주님께 보람을 드리고 기쁨을 드리는 일이 됩니다. 또한 우리에게 큰 유익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90%가 이방인인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확률적으로 사회적 관계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 신앙의 언어로 듣고 말할 기회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고의적으로 신앙인과의 교류를 늘리지 않는다면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일주일에 한두 시간의 전례와 신심활동의 참여로는 하느님 말씀에 친숙해지기 어렵습니다. 매일 얼마간의 노력이 따라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하느님 말씀과 배치되는 가치를 지닌 언어들이 넘쳐나는 세속사회에 파묻혀 살아가야 하는 어려움도 많습니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그리스도인이면서도 그리스도를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언어는 숱한 반복으로 친숙해져야 말로 표현됩니다. 게다가 말씀(Logos) 혹은 신앙의 언어를 선호하는 마음이 들어차야 말하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자신의 가치관과 잘 맞아야 자주 사용하게 됩니다. ‘언어가 인간을 규정한다.’는 말이 그러한 뜻일 것입니다. 신앙의 언어로 즐겨 말하는 사람은 그 존재가 그리스도의 향기를 품게 되고, 천사와 같은 이가 되게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더 자주 전례에 참여해서 말씀을 듣는 기회를 늘리고, 성경 읽기와 묵상의 시간을 더 늘려야 하며, 교회 서적을 더 읽고, 평화방송을 더 애청하고, 신앙인들과의 교류를 더 늘려야 합니다.
   주님의 ‘에파타’ 선언에는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라는 요청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746호 2023. 2. 26  사순, ‘본질로 돌아가는 여정’ file 변현수 신부 
2745호 2023. 2. 19  용서하기 힘든 자신 받아들이기 file 전재현 신부 
2744호 2023. 2. 12  주님의 감실인 우리 file 김수진 신부 
2743호 2023. 2. 5  세상의 빛과 소금 file 이광우 신부 
2742호 2023. 1. 29  행복의 조건 file 이주홍 신부 
2741호 2023. 1. 22  주인과 도둑 file 홍성민 신부 
2740호 2023. 1. 15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file 변성수 신부 
2739호 2023. 1. 8  “예수님을 찾고 있나요?” file 오창석 신부 
2738호 2023. 1. 1  “응, 엄마~” file 강인구 신부 
2737호 2022. 12. 25  우리 안에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시기를... file 손삼석 주교 
2736호 2022. 12. 18  불안과 확신 file 이창주 신부 
2735호 2022. 12. 11  “광야”, “하느님을 만나는 곳” file 김홍민 신부 
2734호 2022. 12. 4  메시아의 시대 file 윤정현 신부 
2733호 2022. 11. 27  무엇을, 어떻게 기다리십니까? file 엄종건 신부 
2732호 2022. 11. 20  신이시여 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King) file 서진영 신부 
2731호 2022. 11. 13  이름 file 김남수 신부 
2730호 2022. 11. 6  하느님의 백성 file 김재관 신부 
2729호 2022. 10. 30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file 권순호 신부 
2728호 2022. 10. 23  은총의 삶, 초대의 삶 file 김두진 신부 
2727호 2022. 10. 16  기도의 시작- 아멘! file 민병국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