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는 은총의 장소

가톨릭부산 2018.02.14 11:02 조회 수 : 165

호수 2476호 2018.02.18 
글쓴이 김수원 신부 

광야는 은총의 장소

김수원 바오로 신부 / 만덕성당 주임

  사순 시기는 40일 동안 회개와 참회로 부활을 준비하는 은총의 시기입니다. 사순 제1주일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요르단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후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서 40일 동안 사탄의 유혹을 이기시고“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고 하십니다.
  광야에서는 누구나 삶의 기본 요소들이 부족하기에 황량하고, 쓸쓸하고, 외롭고, 두렵다고 느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유혹을 받으면 넘어가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유혹을 이기심으로써 빵과 명예와 권력이 삶의 전부가 아니며, 그 유혹들에 맞서 이겨내고, 하느님께 다가가는 동안이 바로 은총의 시간임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광야에서 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시련을 통해서 믿음이 정화되어, 하느님의 보호 없이는 한순간도 살 수 없고, 약속의 땅을 차지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 깨달음은 이스라엘 민족으로 하여금 광야의 시련을 통해 차츰 하느님 백성으로서 모습을 갖추게 했습니다. 그렇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광야는 마침내 은총의 장소가 됩니다.
  신앙인의 삶에서 광야의 유혹은 분명히 큰 도전이지만 나쁜 것만은 아닌 것입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광야는 변화의 장소요 회개의 장소입니다. 그리고 신앙 성숙의 장소인 것입니다. 결국 광야는 은총의 장소요 축복의 장소입니다.
  오늘날 신앙생활에 있어서 광야는 어디입니까?
  사람들과 나누는 친교와 사랑의 공간을 앗아가는 개인주의, 절대적 가치보다는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며 가치와 의미의 상실을 가져온 상대주의, 인간을 끝없는 욕심으로 이끌고 있는 물질주의는 하나의 광야입니다. 그리고 자녀 때문에, 고부 관계에서, 경쟁심에서, 열등감에서 그리고 사사건건 맞지 않는 이웃들과의 관계 역시 일종의 광야입니다. 때로는 우리가 전혀 원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부정적인 경험을 합니다. 사고, 실패, 병고, 이별,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 이 모든 경험들 역시 광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광야에서 느끼게 되는 우리 자신의 나약함, 밑바닥, 한계, 유한한 본래 모습의 체험은 하느님께 믿음을 가지고 의지할 수 있는 은총의 기회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삶의 광야에서 욕심과 욕망의 어두움을 내려놓고 빛 가운데로 나아가기 위한 단호한 결심과 함께 성령께 의탁하여 기도한다면 우리 신앙생활은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광야야말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너무나도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순 시기 우리의 삶의 광야가 회개의 기쁨이 되는 은총의 광야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750호 2023. 3. 26  예수님의 눈물 file 노영찬 신부 
2749호 2023. 3. 19  시노달리타스의 시선 file 윤희동 신부 
2748호 2023. 3. 12  내적 갈증을 해갈해 주시는 분 file 김덕헌 신부 
2746호 2023. 3. 5  진정으로 사랑하면 보여주게 되는 것 file 조성윤 신부 
2746호 2023. 2. 26  사순, ‘본질로 돌아가는 여정’ file 변현수 신부 
2745호 2023. 2. 19  용서하기 힘든 자신 받아들이기 file 전재현 신부 
2744호 2023. 2. 12  주님의 감실인 우리 file 김수진 신부 
2743호 2023. 2. 5  세상의 빛과 소금 file 이광우 신부 
2742호 2023. 1. 29  행복의 조건 file 이주홍 신부 
2741호 2023. 1. 22  주인과 도둑 file 홍성민 신부 
2740호 2023. 1. 15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file 변성수 신부 
2739호 2023. 1. 8  “예수님을 찾고 있나요?” file 오창석 신부 
2738호 2023. 1. 1  “응, 엄마~” file 강인구 신부 
2737호 2022. 12. 25  우리 안에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시기를... file 손삼석 주교 
2736호 2022. 12. 18  불안과 확신 file 이창주 신부 
2735호 2022. 12. 11  “광야”, “하느님을 만나는 곳” file 김홍민 신부 
2734호 2022. 12. 4  메시아의 시대 file 윤정현 신부 
2733호 2022. 11. 27  무엇을, 어떻게 기다리십니까? file 엄종건 신부 
2732호 2022. 11. 20  신이시여 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King) file 서진영 신부 
2731호 2022. 11. 13  이름 file 김남수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