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67호 2017.12.25 
글쓴이 손삼석 주교 
2017년에 맞는 우리 주님 성탄 대축일은?

총대리 손삼석 요셉 주교

  올해도 어김없이 주님 성탄 대축일이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은 부산교구민들께 임마누엘 주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매년 이 대축일을 맞이하면서 자신을 살펴보며‘과연 오시는 주님을 맞을 준비를 잘 했는가?’하고 스스로 묻게 됩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대축일이기에 습관적으로 그 대축일을 맞이할 수 있어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생기 없는 축제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비록 우리나라의 것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외국의 두 사례를 소개합니다.
사례 1 : 성탄이 다가오면 미국의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에‘Merry Christmas’(즐거운 성탄)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길게 늘어뜨려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고 축하하는 성탄절에 주고받을 선물을 준비하는 고객들을 향한 홍보용인 것입니다. 성탄 카드에도 그렇게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현수막이나 성탄 카드에‘Merry Christmas’대신‘Happy holiday’(즐겁고 행복한 축제)라고 바뀐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성탄 축제에서 종교적인 흔적을 지우고 단지 세속적인 것만 강조하려고 애쓰는 듯합니다.‘그리스도’없는‘크리스마스’만을 즐기려는 것 같아 서운하고 씁쓸합니다.
사례 2 : 몇 년 전 프랑스 르망 교구장 주교님이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강의를 했습니다. 그 주교님은 강의 서두에‘이제 프랑스는 가톨릭 국가나 사회가 아닙니다.’라고 운을 뗐습니다. 한 때는‘유럽 교회의 장녀’라고 불리던 프랑스가 그렇게 변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 주교님은“파리 시내 길에서 장사를 하는 어떤 여인에게‘크리스마스를 아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 여인은‘그게 무엇이죠? 아이들을 위한 축제인가요?’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예수님의 성탄은 그 여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 밖인 것 같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접하면서‘우리는 그 정도는 아니다’고 생각하면서도‘우리의 부족은 무엇일까?’생각하게 됩니다. 올해도 예년처럼 다가온 주님 성탄을 맞아‘아, 벌써, 주님 성탄 대축일이고 또 한 해가 가는구나.’하고 무감동한 표정을 지을지 모르겠습니다. 늘 반복되는 축제이니 감동이 덜 할 수도 있겠지만,‘주님 성탄’은 단지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중심이고 본질이어야 합니다. 이천년 전 하느님의 아드님이 우리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셔서 우리와 함께 사셨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무한히 자신을 낮추어 오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승천하신 후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지금도 오고 계시다는 것을 믿고 체험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바로 그리스도인입니다. 주님 성탄은 이전에 오셨고 지금도 오시는 분을 기쁘게 맞아들이는 날이기도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그분을 맞아들이는 우리 자신을 살펴보고 지나간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는 날이기도 합니다.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은 오늘은 그분이 우리의 삶의 주인이자 주인공이심을 되새기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분으로부터 힘과 용기를 얻어 우리의 일상을 주님 성탄 축제로 삼아 신명나는 신앙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2017년에 맞는 우리의 주님 성탄은 예수 그리스도를 가운데 모시고 그분께 더 집중하고 그분을 더 닮도록 노력하며 다짐하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요한 1,1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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