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따르는 베드로

가톨릭부산 2016.02.03 10:07 조회 수 : 155

호수 2368호 2016.02.07 
글쓴이 김동환 신부 

말씀을 따르는 베드로

김동환 마티아 신부 / 화봉성당 주임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한 고기잡이-어부인 베드로의 모습에서 낚시를 밤새도록 하는 낚시꾼의 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엄청난 기대와 설렘 속에서 그 밤을 꼬박 새우면서 짜릿한 손맛을 보려는 그들이 언제나 월척을 낚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본당에 낚시 좋아하는 형제들이 꼭 싱싱한 회 맛을 느끼게 해준다고 큰소리치고 가서는 그 다음 날 제대로 먹어보지 못한 날들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아침 얼큰한 매운탕이 먹고 싶어서 전화를 걸어보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신부님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다음번에 정말 싱싱한 놈으로 올리겠습니다.”그런 답변을 들으려고 전화한 것은 아닌데 그래서 전 마음속으로‘너무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다시 깊은 데로 가서 낚시를 내려 어떻게 해서든 고기를 잡아 오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밤에 그렇게 안 잡히는 고기를 아침에는 반드시 잡을 수 있다고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불과 어젯밤에는 그토록 강한 희망이 아침에는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지요. 해보니 안 된다는 것을 체험하고, 수도 없이 실패를 하고 나면 저절로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버립니다.


  전 그 주문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으나, 그에게는 믿음이 없으므로 월척은 꿈도 꿀 수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것입니다. 처절한 패배 속에 서 있는 자신을 바꿀 수 없다고 믿어 버리는 것입니다. 과연 누가 그날 아침에 그에게 또 낚시를 던져서 고기를 잡아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실패와 낙심으로 가득 찬 베드로에게 다시 던져라, 다시 나가서 그물을 내려라. 아무것도 건진 것이 없는 부끄러운 베드로에게, 자랑할 수도 내세울 것도 없는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고 말씀하십니다. 베드로는 정말 고기잡이는 안될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도 그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다 보니 어젯밤에 가졌던 자신의 희망을 되찾게 되고, 오늘 아침 잃어버렸던 자신의 바람을 회복하게 됩니다. 주님의 말씀에 따라서 그대로 해보니 그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수없이 많은 밤을 새워가면서 고기를 잡았던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사람을 낚으러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영혼을 깨우시는 우리 주 예수 우리를 생명으로 불러 주시네.

호수 제목 글쓴이
2368호 2016.02.07  말씀을 따르는 베드로 김동환 신부 
2667호 2021.09.05  에파타 file 김동환 신부 
2748호 2023. 3. 12  내적 갈증을 해갈해 주시는 분 file 김덕헌 신부 
2699호 2022. 4. 3  자비의 하느님 file 김대하 신부 
2298호 2014.11.02  순종과 헌신을 위한 낮아짐 김대성 신부 
2511호 2018.10.21  장미꽃처럼 타올랐기에 file 김대성 신부 
2695호 2022. 3. 6  유혹의 기술과 하느님의 뜻 file 김대성 신부 
2396호 2016.08.21  좁은 문을 지나려면… 김남수 신부 
2540호 2019.04.28  자비와 믿음 file 김남수 신부 
2731호 2022. 11. 13  이름 file 김남수 신부 
2028호 2009.12.27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김기홍 신부 
2328호 2015.05.17  예수 승천과 홍보 김기홍 신부 
2244호 2013.11.17  인내로써 생명을…… 김기태 신부 
2378호 2016.04.17  성소의 삼각끈 김기태 신부 
2678호 2021. 11. 21  왕(王)은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십자가(+) file 김기태 신부 
2519호 2018.12.16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file 김기영 신부 
2705호 2022. 5. 15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file 김기영 신부 
2035호 2010.02.07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김근배 신부 
2185호 2012.10.28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김근배 신부 
2335호 2015.07.05  거룩한 죽음 김근배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