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앞에 깨어있는 은혜로운 신앙의 한 해를
이기정 안드레아 신부 / 우동성당 주임
오늘은 전례력으로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대림 첫 주일입니다. 한 해의 첫 시작에 우리는 종말과 끝에 관한 말씀과 함께, 주님 앞에 깨어있는 성실한 삶을 살기를 가르치시는 주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준비하고 깨어있음’은 예수님의 가르침과 메시지의 가장 기본적이고 특징적인 내용으로서, 이 ‘깨어있음’은 대림절 전례와 특별히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림절은 기다림의 시기인데, 이 기다림은 근본적으로 희망이 전제되는 것으로서 희망이 없는 기다림은 기다림이 아닙니다. 그래서 참된 기다림에는 설렘이 있고, 기대하는 마음이 있고, 빨리 왔으면 하는 재촉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가 참으로 주님의 오심을 이런 설렘과 기쁨으로 맞이하고 준비하기 위해서 매일 신앙 안에 깨어, 주님의 뜻 안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각성된 삶’의 자세가 요구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바로 이런 ‘각성된 삶’의 자세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주님의 요구와 기대와는 달리 묵묵히 때를 기다리며 참고 인내하는 성실한 삶의 자세가 부족한, 우리 삶의 모습을 봅니다.
모든 희망은 참아내고 견뎌내고 기다리고 인내하는데 숨어 있습니다. 모든 일에 있어서 진심과 사랑과 정의의 승리를 확신하며, 최선과 성실을 다할 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건물을 지을 때 날림공사와 눈가림 공사는 당장에는 능률적이고 편한 공사 같지만 부실공사가 되고, 건물 완공을 점검받는 준공 검사 날이 보상과 완성의 기쁨을 체험하는 날이 아니라, 부실과 눈가림이 드러나는 불안한 날이 될 것입니다. 대신 건실한 공사는 공사 경비가 많이 들고, 공사 기간이 많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덥고 확실한 공사로서, 준공 검사 날이 모든 수고를 보상받고 완성의 기쁨을 체험하고 맛보는 날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인생의 집을 지을 것이며, 인생의 종말과 마지막을 어떤 모습으로 맞이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현상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며, 깨어있는 삶을 산 사람들에게는, 종말이 파국이 아니라 구원이 완성되고 희망이 성취되는 날임을 보여줍니다.
이 대림절에 우리도 마음을 새롭게 하고, 빛으로 오시는 주님 앞에 깨어있으려는 삶의 다짐과 함께, 믿음과 사랑으로 모든 삶의 어려움을 기쁘게 참아내고 이겨냄으로써, 기다림의 참된 의미를 체득하고 주님께 대한 우리의 희망을 더욱 키워가는 은혜로운 신앙의 한 해가 되도록 주님께 기도하고 은총을 구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