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 유혹의 민낯

가톨릭부산 2015.10.15 05:47 조회 수 : 32

호수 2203호 2013.02.17 
글쓴이 이택면 신부 

승자의 저주 - 유혹의 민낯

이 택 면 예로니모 신부 / 서대신성당 주임

쪽박을 차는 사람은 더러더러 있고 대박을 터뜨리는 이는 아주 드물게 있다. 쪽박을 차는 순간 죽을 것 같은 마음이 시간이 지나면 점차 안정을 찾으며, 고맙게도 인체의 면역체계는 그를 버려두지 않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게 하고, 땅끝까지 억눌린 마음도 점점 상승곡선을 그리며 어떤 처지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생명력을 되찾는다.

반면 대박을 터뜨린 아주 드문 사람은 하늘까지 치솟는 유쾌함과 삶의 환희가 목젖의 끝까지 밀려와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어든다. 주님께서 주신 이 선물에 감사하고 기쁨과 영광이 가득한 축복에 감읍해 마지않는다. 그러나 대박은 아주 드물게 터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박의 기쁨과 감동은 점차 흐려지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기쁨과 감사함을 찾지 못하고 또 다른 대박에 목말라 한다. 대박의 불행이, 승자의 저주가 시작되는 것이다.

대박은 그 위세로 돌을 빵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세상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한몸에 받는 듯하며 선택되고 뽑힌 하느님의 아들로서 아득히 높은 성전꼭대기에서 뛰어내려도 천사들이 그 발이 돌부리에 차일세라 보호하고 지켜주시리라 생각한다.

그는 ‘절대 반지’를 낀 것처럼, ‘완장’을 찬 것처럼 남의 아픔에 둔감하고 자기 자신만의 생각이나 자신의 체계를 굳건히 하며 끊임없이 주위 사람을 의심하면서 자신만이 천하무적이 된다. 소위 하느님 콤플렉스(God Complex)로 자신은 우월존재, 자기 판단을 절대시, 자신을 대중의 구원자로 의식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척하다가 결국에 자기 의견만 쏟아내면서 만기친람(萬機親覽)하는 것이다.

이 대박에 주님이신 예수께서는 단 몇 마디 말씀으로 명쾌하게 대응하시고 그를 쫓아버리셨다고 오늘 복음은 전하고 있지만 그것은 복음서를 통시적(通時的)으로 읽기 때문일 것이다. 예수님의 공생활과 연결하여 공시적(共時的)으로 읽으면 이 유혹자는 마지막 십자가까지 주님을 시험한다. 마침내 주님께서는 ‘아버지 제 영을 당신 손에 맡깁니다.’ 절망적인 외침으로 유혹자를 물리치신다.

우리의 조상은 떠돌아다니던 보잘것없고 약하고 비루한 자들이었다. 그리고 우리 자신 또한 사회악에, 부조리에, 대박의 철권통치에 그야말로 쪽박의 처지인 절망적인 상태에 있다. 그러나 이런 쪽박들을 같은 쪽박이신 주님이신 예수께서 친히 위로해 주시고, 당신의 아버지이신 하느님께서는 쪽박을 이겨낼 힘을, 면역체계를 주셨다.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고 눈물은 마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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