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531호 2019.02.24 
글쓴이 이재현 신부 

여러분은 원숭이입니까? 하느님의 자녀입니까?
 

이재현 신부 / 밀양성당 주임
 

   오늘 복음은 너무나 주옥같은 말씀이지만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예수님 시대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태복수법이 널리 통용되던 시대였습니다. 이런 시대에 예수님은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저주하는 사람들에게 축복하며, 너희를 학대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네 뺨을 때리는 자에게 다른 뺨을 내밀고, 네 겉옷을 가져가는 자는 속옷도 가져가게 내버려 두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이와 같은 말씀에 감동하고 공감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심한 거부감이 들기도 합니다. 좋은 말씀이기는 하지만 내가 실천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부담스러운 요구를 하시는 것일까요?

   그 힌트가 제2독서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첫 인간인 아담은 생명체가 되었다, 하지만 마지막 아담은 생명을 주는 영이 되셨습니다.’ ‘먼저 있었던 것은 영적인 것이 아니라 물질적인 것이었습니다. 영적인 것은 그 다음입니다.’

   즉, 인간은 양면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옷을 입고 약간의 체면으로 위장을 했을 뿐 ‘털 없는 원숭이’에 불과하기도 하지만, ‘하느님의 모상’이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떠한 인간으로 살아가는가에 따라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도 있고, 본능만이 앞서는 동물이 될 수 있습니다.

   ‘역사가 얼마나 발전했는가라는 것은 각 사람의 마음속에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얼마나 증가했느냐’로 측정할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각 사람의 인간다움을 측정하는 기준도, 누가 참다운 신앙인인가를 가려내는 기준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영세한지가 얼마나 되었는가? 어떤 직책에서 봉사하고 있는가? 라는 신분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삶 속에서 얼마나 하느님을 닮으려고 노력하고 있는가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라고 오늘 복음의 핵심은 우리에게 무거운 짐을 넘겨주시는 강요의 말씀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 위해 노력하자는 초대의 말씀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자녀입니까? 아니면 욕망과 이기심이 가득한 털 없는 원숭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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