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561호 2019.09.22 
글쓴이 정영한 신부 

십자가는 고통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
 

정영한 신부 / 당감성당 주임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선택하고 부르신 제자들이 당신 곁에 머물면서 당신의 말씀을 듣고 당신이 하시는 일을 보며 당신의 삶을 본받아 모든 면에서 당신과 똑같아지기를 원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이 뜻이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는 오늘의 복음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십자가’를 말할 때 많은 사람이 고통이라는 생각을 먼저 떠올리지만,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십자가의 핵심은 겉으로 드러나는 고통보다는 ‘아버지의 뜻’에 있습니다. 예수님의 모든 말씀, 행동, 삶을 이끈 것은 바로 아버지의 뜻이었고,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 곧 십자가는 모든 사람을 구원하시려는 아버지의 뜻의 결과인 것입니다.

   그들의 스승께서 가신 십자가의 길을 따른 제자들처럼 목숨을 바쳐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것을 우리는 순교라는 말로 옮깁니다. 루카 복음에는 당신을 따르려는 사람은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날마다’라는 단어가 첨가되어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순교는 일회적인 행위이지만 예수님께서 가신 십자가의 길을 따르는 일은 매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이 참된 순교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 세상의 어떠한 환난이나 역경도, 박해나 굶주림이나 헐벗음도, 그리고 죽음까지도 예수님을 믿는 제자들을 그분에게서 떼어놓을 수 없다는 확신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의 인간적 연약함보다 더 크고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생활에서 겪는 갖가지 형태의 내적, 외적 곤경도, 부정적인 시대적, 사회적 상황도, 우리가 그리스도를 통하여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믿음을 굳게 보존하기만 한다면, 마지막 승리는 우리 신앙인의 차지가 될 것이 확실합니다.

   우리의 순교 선조들은 그리스도의 요구를 그대로 실천한 분들이시며, 온갖 형태의 곤경과 부정 속에 살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참된 신앙의 모범이십니다. 오늘 제1독서의 말씀이 순교자들의 운명을 잘 대변하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각되며, 우리에게서 떠나는 것이 파멸로 여겨지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지혜 3,2~3)

 

호수 제목 글쓴이
2769호 2023. 8. 6  다시 산에서 내려가자. file 김정호 신부 
2768호 2023. 7. 30  “숨겨진 보물과 상처” file 배상복 신부 
2767호 2023. 7. 23  “내버려 두어라.” file 이석희 신부 
2766호 2023. 7. 16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file 김성남 신부 
2765호 2023. 7. 9  철부지와 함께하시는 예수님 file 박재구 신부 
2764호 2023. 7. 2  교황 주일을 지내며 file 임영민 신부 
2763호 2023. 6. 25  화해와 일치 file 이성균 신부 
2762호 2023. 6. 18  선발 기준 file 윤용선 신부 
2761호 2023. 6. 11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요한 6,51) file 김두윤 신부 
2760호 2023. 6. 4  삼위일체 신비는 실천교리입니다. file 조성제 신부 
2759호 2023. 5. 28  ‘성령의 세례’로 교회가 탄생하니 … file 박상대 신부 
2758호 2023. 5. 21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file 최승일 신부 
2757호 2023. 5. 14  성령은 사랑입니다 file 오창일 신부 
2756호 2023. 5. 7  더 큰 것을 바라봄 file 이병주 신부 
2755호 2023. 4. 30  주님의 부르심 file 예정출 신부 
2754호 2023. 4. 23  성찬례 -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장소 file 신요안 신부 
2753호 2023. 4. 16  주님께로 향한 신앙 file 문성호 신부 
2752호 2023. 4. 9  부활은 사랑의 열매입니다. file 손삼석 요셉 주교 
2751호 2023. 4. 2  예루살렘 입성 - 수난과 부활의 파스카 여정 file 김석중 신부 
2750호 2023. 3. 26  예수님의 눈물 file 노영찬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