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50호 2019.07.07 |
---|---|
글쓴이 | 박정용 신부 |
“평화를 빕니다.”
박정용 크리스토 폴 신부 / 언양성야고보성당 주임
지금은 많이 볼 수 없지만, 예전에 지하철을 타면 개신교 신자들이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고 외치고 다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자신이 믿는 것을 전하는 것에 대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들 평화롭게 가는데 방해가 된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전하는 사람의 표정을 보면 확신에 차서 자신이 믿는 바를 열심히 전하는 것이 느껴지지만, 지하철에 타고 가고 있는 많은 사람의 표정을 보면 좋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일흔두 명의 제자들을 파견하십니다. 또한 제자들이 어떤 각오로 가야 하며, 또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가르쳐주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루카 10,5) 이 말씀에 따르면 복음 선포는 다른 이들에게 평화를 빌어주고 전해주는 일입니다. 제자들이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어야 하는 평화는, 오늘 제2독서인 갈라티아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어떠한 것도 자랑하고 싶지 않습니다. … 이 법칙을 따르는 모든 이들에게 … 평화와 자비가 내리기를 빕니다.”(갈라 6,14~16 참조)라고 하였듯이, 십자가를 통해 하느님께로부터 얻게 된 평화입니다.
2천 년 전에 예수님께서 일흔 두 제자를 보내셨다면, 지금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은 우리를 보내십니다. 다른 이들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이리떼 가운데의 양들처럼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명이기에 우리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의무”(1코린 9,16)입니다. 미사 중에 영성체를 앞두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평화를 주셨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믿는 이들끼리 “평화를 빕니다.”고 인사하였다면, 미사가 끝난 다음에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보내셨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믿지 않는 이들에게 “평화를 빕니다.”고 인사하며 십자가를 통해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를 전해주도록 합시다. 그렇게 노력할 때 우리의 이름이 하늘에 기록될 것입니다. 아멘.
호수 | 제목 | 글쓴이 |
---|---|---|
2789호 2023. 12. 24 | 두려움을 극복할 힘을 주님에게서 찾습니다. | 김정욱 신부 |
2788호 2023. 12. 17 | 당신은 누구십니까? | 오창근 신부 |
2787호 2023. 12. 10 | 기다리는 마음 자세와 태도 | 최성철 신부 |
2786호 2023. 12. 3 | 대림 - 기다림과 희망 | 손원모 신부 |
2785호 2023. 11. 26 | 우리들의 통치자 | 이민 신부 |
2784호 2023. 11. 19 | 사랑의 능력 | 김성한 신부 |
2783호 2023. 11. 12 | 등(燈)을 채웁시다. | 김현영 신부 |
2782호 2023. 11. 5 | 섬기는 자의 위대함 | 윤명기 신부 |
2781호 2023. 10. 29 | 참 사랑의 힘 | 경훈모 신부 |
2780호 2023. 10. 22 | 우리의 사명 | 조동성 신부 |
2779호 2023. 10. 15 | “어서 잔치에 오시오.” | 김성규 신부 |
2778호 2023. 10. 8. | 내 뜻을 비운 자리 | 이윤벽 신부 |
2777호 2023. 10. 1 | “니는 대답은 잘도 한다.” | 전동기 신부 |
2776호 2023. 9. 24 | 예수님의 셈법과 세상의 셈법 | 전수홍 신부 |
2775호 2023. 9. 17 | 하느님의 밀알 | 유영일 신부 |
2774호 2023. 9. 10 | 구하고 살리는 길 | 임석수 신부 |
2773호 2023. 9. 3 | 주님을 따르는 진정한 길이란? | 오창열 신부 |
2772호 2023. 8. 27 | 주어진 운명대로 | 임형락 신부 |
2771호 2023. 8. 20 | 믿음과 구원 | 김영규 신부 |
2770호 2023. 8. 13 | 한시도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시는 그분 | 강종석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