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얇은 신앙인?
김윤태 루카 신부
부산가톨릭의료원장
뻐꾸기 소리가 들리면 여름이,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면 가을이 온다고 계절이 오는 소리를 잘 알아듣습니다. 그리고 우스갯소리로 남자는 세 여자의 이야기만 잘 들으면 된다고 합니다. 어머니, 부인, 네비 소리 말입니다. 그런데 남자들은 그 소리를 대체로 잘 듣지 않습니다.
그럼 살아가면서 우리는 누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까? 혹시 당신은 귀 얇은 사람이 아닌지요? 귀가 얇은 사람은 성격 좋다는 말에 쉽게 흔들리고, 마음이 약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며, 또 자기 줏대가 없어 쉽게 현혹되고, 남의 말은 잘 듣지만 가족의 말은 안 듣고, 토론이나 논쟁에 이겨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오늘 귀 얇은 아담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아내의 말에, 하와는 뱀의 달콤한 이야기에 혹해서 넘어갑니다. 그래서 하느님과 함께한 에덴동산의 가족들은 풍비박산이 나게 됩니다. 모든 것들이 원수가 되고 서로의 탓만 하게 되는 안타까운 시간이 시작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귀 얇은 신앙인으로 살아가는지 늘 돌이켜 보고 자신의 신앙을 잘 지켜나가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시지 않으면 사람은 아무것도 받을 수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하느님 이외의 것들은 은총의 삶이 아니라 죽음의 구렁 속으로 우리를 끌고 갑니다. 아주 교묘하고 달콤한 이야기로 우리를 속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시지 않는 것이라면 받을 생각도 청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 이외는 우리의 욕망에 따른 욕심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에게 진리를 말한다. 누구든지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없다.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사람이 육체적으로 그의 부모로부터 태어나지만 영적으로는 성령으로부터 태어난다.”(요한 3,1-8 참조)
이렇게 주님의 가족으로 살아가려면, 우리는 매 순간 비록 어렵고 힘든 시간일지라도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뜻을 실천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하느님께 무언가를 달라고 청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기도한다는 것은 주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것입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 주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입니다.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