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파타

가톨릭부산 2015.10.13 06:10 조회 수 : 27

호수 2010호 2009.09.06 
글쓴이 신진수 신부 

모두가 눈과 귀를 가지고 있지만 어떤 사람은 눈을 가지고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한다. 왜 그럴까? 세상에는 사람을 눈멀게 하고 귀먹게 하는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 권력, 명예가 그러하며 지위와 향락 따위의 욕망이, 또한 사람을 눈멀고 귀먹게 할 뿐만이 아니라 입조차 열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 것들에 취해 있는 동안에는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영혼마저도 마비가 되고 만다.
그렇게 몸과 마음과 영혼이 마비가 된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반벙어리, 귀먹고 말더듬는 이다.

그는 들을 수도 없고 쉽게 말할 수도 없는 고통 속에서 마음을 닫은 채 나날을 보냈다. 그야말로 닫힌 세상에서 괴롭게 살아온 인생이었다.
그가 오늘, 예수님을 만나, 치유를 받고 새 삶을 살게 된다. 예수님은 그를 치유를 하시되 단지 육신의 장애만 치유하기를 원하지 않으신다. 그의 정신도, 영혼도 말끔히 치유되기를 원하신다. 당신은 주님! 우리의 구원자이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병자를 따로 데리고 가서 당신의 특별한 애정을 보여주시고, 병자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또한 환부를 직접 어루만지시어 상처받은 영혼도 함께 치유시켜 다시 사랑하게 하신다.

예수님은 아버지께 감사의 기도를 바치시며 우리를 기도로 인도하시듯 한숨을 쉬어 우리를 하느님 아버지의 깊은 심연으로 인도하시고 우리도 예수님처럼 함께 기도하기를 원하신다. 그리고 ‘에파타’-열려라 하고 외치신다. 태초에 세상이 열리듯이 우리를 닫힌 모든 것에서 열리도록 하셨다. 우리의 하느님 첫 체험이 해방과 자유였듯이(파스카 사건), 배타와 이기주의와 물질주의의 벽, 자기 재물, 자기주장, 자기 명예에만 관심을 쏟는 그 답답함, 스스로 자초하여 벙어리, 귀머거리, 소경이 되려하는 그 풍토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하신다. 우리가 신앙하는 참된 이유는 나의 행복을 넘어 너와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이다. 이것이 사랑이다. 그러므로 내 듣지 못하는 마음을 치유하여 잘 듣게 하려는 것도 더불어 함께 하기 위함이며, 내 닫힌 눈과 마음을 열어 잘 보게 하려는 이유도 더불어 함께 하기 위해서이다.

오늘도 주님은 우리에게 ‘에파타’하고 말씀하러 오신다. 마음의 문을 열어주시어 귀먹은 이들을 듣게 하시고, 말 못하는 이들을 말하게 하시기 위해 오신다. (마르7,31-37) 진리의 길, 생명의 길 참 삶의 길을 보는 눈과 귀가 열리기를 참으로 소망하는가? 내 것을 내려 놓고 사랑하는 길, 그것이다.

호수 제목 글쓴이
2010호 2009.09.06  에파타 신진수 신부 
2009호 2009.08.27  손을 깨끗이 자주 씻자?? 오용환 신부 
2008호 2009.08.23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김강정 신부 
2007호 2009.08.16  나는 밥이 되고 싶습니다. 차공명 신부 
2006호 2009.08.15  어머니 마리아, 주님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이영묵 신부 
2005호 2009.08.09  종두득두(種豆得豆) 곽길섭 신부 
2004호 2009.08.02  생명의 빵 염봉덕 신부 
2003호 2009.07.26  나눔의 기적 박성태 신부 
2002호 2009.07.17  착한 목자 예수님의 마음 김수원 신부 
2001호 2009.07.12  인생 여행 권경렬 신부 
2000호 2009.07.05  무덤에서 요람까지 사제와 함께 김원석 신부 
1999호 2009.06.28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석판홍 신부 
1998호 2009.06.21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김윤태 신부 
1997호 2009.06.14  참된 성체와 성혈의 삶을 바라며… 박기흠 신부 
1996호 2009.06.07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차성현 신부 
1995호 2009.05.31  성령을 받아라 윤준원 신부 
1994호 2009.05.24  너희는 왜 빈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냐? 박상운 신부 
1992호 2009.05.10  머무름 홍경완 신부 
1991호 2009.05.03  착한 목자 예수님 윤정환 신부 
1990호 2009.04.26  이 모든 일의 증인이다! 한건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