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을 보며

가톨릭부산 2015.10.15 06:07 조회 수 : 45

호수 2235호 2013.09.19 
글쓴이 방삼민 신부 

보름달을 보며

방삼민 가스발 신부 / 대천성당 주임

언젠가 지인들과 함께 산책을 하다 문득 하늘을 보니 마침 보름달이 환하게 비치고 있었다. 유난히 밝은 보름달을 보며 “보세요. 달이 마치 거대한 가로등처럼 달려있지 않나요?” 하고 말했더니 옆에 있던 이가 답하기를 “신부님, 저 달빛을 전기세로 따진다면 얼마나 나올까요?” 했다. 싱거운 소리 같지만 실제로 그 가치를 돈으로 셈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엔 돈으로 셈할 수 없는 엄청난 혜택들이 즐비하다. 우리가 서 있는 땅에서부터 시작하여 공기, 물, 하늘, 숲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혜택들을 우리는 아무런 대가 없이 그저 공짜로 누리고 산다. 내 삶의 유지를 위하여 스스로 노력하여 얻는 대가는 그에 비하면 미미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것이 다 감사한 일이다.

지금은 선종하셨지만, 수년 전 봉성체 때마다 늘 만났던 어떤 할머니는 “감사합니다.”를 연발하셨다. 아무도 돌봐주는 이 없어 복지과에서 생계비를 타다 써야 하는 신세에, 다리가 아파 거동까지 불편하시어 한 번은 목욕탕에서 넘어져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었는데도 그저 “감사합니다.”하고 말씀하셨다. “할머니 뭐가 그리 감사합니까?” 했더니 “아침에 눈 뜬 것도 감사하고, 숨 쉬는 것도 감사하고, 신부님 만나는 것도 감사하지요.” 하셨다. 어려운 처지에서도 유난히 얼굴이 맑고 행복해 보이는 비결이 늘 감사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듯했다.

300년 동안 12대에 걸쳐 부를 유지해 온 경주 최 부자 집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최 부자 집의 가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마라. 둘째, 재산은 1만석 이상을 모으지 마라. 셋째,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넷째, 흉년 기에는 땅을 사지 마라. 다섯째, 며느리들은 시집온 뒤 3년 동안 무명옷을 입게 하라. 여섯째,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일설에 의하면 최 부자 집은 흉년 때 경상북도의 1할(10%)에 육박하는 사람들에게 구휼을 베풀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검소함과 나눔의 실천 그리고 감사의 마음이 대를 이은 풍요의 비결이었던 것이다

반면에 오늘 복음 말씀에 등장하는 부자 이야기는, 재물에 집착하고 감사와 나눔을 살지 않는 자의 말로를 잘 말해 준다. 역시 인간 삶의 행복은 만족과 감사에서 온다.

오늘은 한가위다. 모처럼 바쁘게 살아가던 일터를 떠나 고향을 찾고 조상에게 예를 드린다. 이것 역시 탐욕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일상을 벗어나 감사의 마음으로 돌아가기 위한 생활의 쉼표가 아닐까? 오늘 저녁 한가위 보름달을 보며 공짜로 이 세상을 비추시는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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