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만 바라보라
이세형 신부 / 김해성당 주임
바다는 복음서에서 겐네사렛 호수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었습니다. 잔잔해진 풍랑(마르 4, 36∼41 참조)이나 악령이 든 돼지들이 호수로 빠져든 사건(마르 5, 11∼13 참조)과 같은 몇몇 일화에서 바다는 하느님 나라에 대적하는 세력들의 자리, 즉 악마의 자리로 표현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폭풍을 잠재우고 물 위를 걸으셨다는 사건은 예수님도 하느님처럼 이러한 의미의 바다를 지배하는 권능을 지니셨다는 것입니다.“당신께서는 오만한 바다를 다스리시고 파도가 솟구칠 때 그것을 잠잠케 하십니다.”(시편 89, 10)
또한 바다는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바다는 세상 안에 자리 잡은 제자들의 공동체(우리)가 직면한 이 세상의 상황(조건)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오늘날처럼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가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진리로 가장한 거짓이 우리를 유혹하며 인생이라는 항해에서 큰 파도가 덮치면 마치 베드로처럼 두려워하며 물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세상의 바다에 빠지지 않고 진리의 중심에 선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오늘 복음 말씀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예수님만 바라볼 때 베드로가 물 위를 걸을 수 있었던 것처럼, 그분만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 시선을 집중하는 것만이 불안한 현실과 위기에서 우리를 구하는 길입니다. 약한 믿음으로는 역풍에 견딜 수 없습니다. 하느님과 그분의 계획에 대한 전적인 신뢰와 강한 믿음(단호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예수님이 호수 위를 걸어오시는 것을 보고“유령이다!”하며 두려워 소리를 지릅니다. 하느님 체험이 늘 편안한 것만이 아닙니다. 두려울 정도로 놀랍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결단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예수님께서 배에 오르시자 바람이 그쳤습니다. 예수님이 배 안에 계실 때 주변의 소용돌이는 잠잠해지고 두려움은 사라집니다. 예수님과 함께 있으면 삶의 한밤중, 폭풍이 가장자리에 놓여 있더라도, 어떠한 위기의 상황에 놓이게 되더라도 평화를 체험하게 됩니다. 예수님께 대한 강한 믿음은 두려움을 물리치고 거센 바람에 맞설 용기를 줍니다.“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4, 27) 이것이 예수님의 답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하는 삶은 자신의 삶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풍요롭게 됩니다. 우리가 두려워 물에 빠질 때마다 예수님은 당신 손을 내밀어 우리를 붙잡아 주실 것입니다.“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마태 14,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