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흔적을 지니세요

가톨릭부산 2015.10.15 02:13 조회 수 : 18

호수 2109호 2011.06.12 
글쓴이 장재봉 신부 

성령의 흔적을 지니세요

장재봉 스테파노 신부 / 신학대학 교무처장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성령을 제자들에게 부어주기 전에, 당신 손과 옆구리에 남겨진 고난의 흔적을 보여주신 사실을 전합니다. 그리고 성령을 받은 제자들의 ‘언어’가 변화했다는 점을 알려 줍니다. 문득 성령을 받은 사람에게 가장 먼저 뚜렷하게 나타나는 삶의 변화는 ‘말’이라는 뜻이 아닐까 헤아려 봅니다.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입니다. 성령께서 권하는 언어는 사랑의 언어입니다. 때문에 말 한마디에도 좋은 표현을 가려 사용해야 합니다. 상대를 아프게 하고 해롭게 하는 표현을 구사할 때 스스로 그분의 권고를 외면하고 성령을 거부하는 행위가 됩니다.

세례를 받아 그분의 자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거친 말투를 고치지 못하고 지낸다면 이웃에게 사랑이신 하느님을 제대로 전할 수 없습니다. 교회를 수십 년 다닌 신앙인의 언어가 조잡하고 쌍스럽다면 말씀이신 그분의 뜻을 온전히 표현하는 일에 역부족일 것이 뻔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입에서 어떤 나쁜 말도 나와서는 안 됩니다.”라고 엄히 가르치며, 그리스도인의 언어는 오직 상대에게 은총을 가져다주는 도구라고 하였습니다. 더해서 말을 변화시키지 못한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야말로 성령을 아주 슬프게 하는 일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습니다(에페 4, 25∼30 참조).

성령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오시어 그분의 뜻과 그분의 언어와 그분의 손길을 전수해 주십니다. 성령께서는 세상의 것을 넘어선 지혜를 주십니다. 우리는 성령의 사람으로 새 삶을 꾸려 나갈 것입니다. 세상의 걱정과 근심과 고난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힘을 주십니다. 일이 맘대로 풀리지 않아도, 고난 중에서도 감사하며 기뻐하게 될 것입니다. 이 작은 가슴에 담긴 주님의 큰 뜻은 우리가 품은 아름다운 생각과 건네는 따뜻한 말과 사랑의 행위를 통해서 온 세상에 전해집니다. 내가 건네는 말 한마디가, 거칠고 메마른 영혼에 그분의 흔적을 남기는 소중한 도구라는 점을 명심한다면 지금 우리 삶이 곧 세상의 복음입니다. 세상을 밝히고 영혼을 되살리는 영약입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당신의 성령을 부어주기 전에 몸소 당신의 상처를 보여주십니다. 그리고 우리 안에 그분 닮은 사랑의 흔적을 찾으십니다. ‘공동선을 위하여’ 베풀어 주신 용서의 권한을 아낌없이 사용하기 바라십니다. 그분처럼 더 사랑하기 위해서 용서의 언어를 사용했는지, 아픈 사랑의 흔적을 지녔는지, 물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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