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듣고 제대로 말하기
노영찬 세례자 요한 신부 / 부산가톨릭의료원장
우리를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으로 성전으로 불러 모으는 열쇠말은‘믿음’입니다. 우리는 믿음을 통해서만 스스로 참된 존재적 가치와 의미를 체험하며 다른 이들과도 살아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배워갑니다. 오늘 성경의 말씀도 믿음을 통한 깨달음이 우리를 어떻게 변하게 하는가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한마디로‘말을 제대로 한다’는 것입니다. 잘 듣지 못하고, 말을 더듬는 모습은 단순한 언어장애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일그러진 인간의 실존상황을 묘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어릴 때 영양섭취를 잘해야 어른이 되어서도 건강한 몸을 위한 바탕을 유지한다고. 마찬가지로 인생의 각 시기마다 제때 들어야 할 것을 제대로 들어야 우리의 정신도 튼실해집니다. 살아오면서 자신이 들었던 말들이 현재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각해보십시오. 물론 우리는 듣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말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내가 하는 말이 과연 내 말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살리는지도 물어야 합니다.
이처럼 믿음의 삶이란 제대로 듣고 제대로 말하는 모습으로 꼴을 갖추어 가는 과정입니다. 당연히 이 삶은 혼자서가 아니라 함께하면서 터득해 갑니다. 말을 하지만 동시에 깊이 듣는 태도, 귀와 입이 자신과 상대에게 다 열려 있을 때만 온전해지는 삶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에게“에파타”(열려라)하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이 이전과는 달리 조금씩 열리는 놀라움과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야고보 사도의 말씀처럼, 돈이 많은 부자와 믿음이 많은 부자의 차이도 이해할 것입니다. 식량과 무기의 부족이 믿음의 결핍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지적도 공감할 것입니다. 또한 다리를 저는 사람이 사슴처럼 뛰고 광야에서 물이 터져 나오고 사막에서 냇물이 흐르는 대역전의 변화를 꿈꾸는 이사야 예언서의 전망도 벅차게 공유할 것입니다.
믿음은 우리의 삶을 이끄는 동력이자 안내자, 등불입니다. 이 표현이 진정한 실재로서 그 존재감을 우리 일상에 발휘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듣고, 제대로 말하는 자신을 유지하고 성장시키려는 진지한 각성과 노력이 따라야 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이 점을 우리에게 촉구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