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516호 2018.11.25 
글쓴이 조성문 신부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조성문 마르티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오늘 복음에 해당하는 수난기에서 예수님께서 빌라도 앞에서 사형선고를 받는 장면이 극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복음은 예수님께서 참된 왕이심을 드러내기 위해, 빌라도와 예수님을 대조시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공생활 동안 당신 스스로를 왕이라 칭하지 않으셨습니다. 이제 주님의 공생활의 막바지에 이르러, 다른 사람의 입을 빌어 주님을 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요한 18,37) 식민지배를 받던 이스라엘을 통치하는 통치자의 입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왕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빌라도의 질문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진리’에 관해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그분의 다스리심이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대한 당신의 충실함을 드러내는 것 이상이 아님을 알려줍니다. 그렇기에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을 구원하시려는 아버지의 뜻에 대한 “성실한 증인”인 것입니다. 이같은 아버지께 대한 충실함으로써 그분께서는 우리가 제 능력으로는 스스로 진리에 도달할 수 없는 모자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 피로 우리를 죄에서 풀어 주셨습니다.

   빌라도와 대조되는, 빌라도의 입을 통해 표현되는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참된 평화, 사랑의 왕이십니다. 세속의 절대 권력으로 심문하는 빌라도와 체포된 상태로 심문을 당하셔야 하는 예수님의 왕권은 대조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이 두 왕권의 결정적 차이는 ‘진리’에 있습니다. 예수님의 왕권은 빌라도의 모습처럼 무력과 권력이 아닌 바로 ‘진리’를 통해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빌라도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요한 18,37) 우리들도 그분의 목소리를 알아 들음으로써,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진리에 속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 들을 때, 우리는 참으로 섬김을 받으러 오지 않으시고 섬기러 세상에 오신 그분의 제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할 때 우리 또한 주님의 제자로서 진리를 증언하게 될 것입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10호 2024. 4. 28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다 쳐 내신다. file 주영돈 신부 
2809호 2024. 4. 21  착한 목자의 삶 file 박상운 신부 
2808호 2024. 4. 14  예수님, 감사합니다! 장재봉 신부 
2807호 2024. 4. 7  질문하는 사람, 토마스 file 홍경완 신부 
2806호 2024. 3. 31  빈 무덤 - 부활하신 주님께서 함께 계심을 보는 곳 file 신호철 주교 
2805호 2024. 3. 24  마음 안에 주님의 십자가를 세웁시다. file 한건 신부 
2804호 2024. 3. 17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길 file 김명선 신부 
2803호 2024. 3. 10  구원은 하느님의 선물 file 심원택 신부 
2802호 2024. 3. 3  “성전을 허물어라.” file 김경욱 신부 
2801호 2024. 2. 25  세례받은 자, 본래의 모습으로 file 이성주 신부 
2800호 2024. 2. 18  광야와 인생 file 김무웅 신부 
2799호 2024. 2. 11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file 박명제 신부 
2798호 2024. 2. 10  주인이 종의 시중을 드는 이유 이장환 신부 
2797호 2024. 2. 4  사실 나는 복음을 선포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file 이장환 신부 
2796호 2024. 1. 28.  사랑의 권위 file 백성환 신부 
2795호 2024. 1. 21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file 박경빈 신부 
2794호 2024. 1. 14  “와서 보아라.” file 우종선 신부 
2793호 2024. 1. 7  잠 못 이루는 예루살렘 file 장세명 신부 
2792호 2024. 1. 1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이수락 신부 
2791호 2023. 12. 31  아름다운 가정 file 이수락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