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48호 2015.10.04 
글쓴이 김두윤 신부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 38)

김두윤 안토니오 신부 / 사하성당 주임

우루과이의 작은 성당에 적혀있는‘주님의 기도’ 한 대목을 잠시 소개해 봅니다.
“하늘에 계신”이라고 하지 마라. 세상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우리”라고 하지마라. 너 혼자만 생각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라고 하지 마라. 내 뜻대로 되기를 기도하면서.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는, 하느님의 뜻이 내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라는 것이지만, 나의 기도는, 내 뜻을 이루어주길 원하는 기도가 대부분이고, 하느님을 윽박지르는 것 같은 기도일 때도 많습니다. 그러기에 안타깝게도 나의 기대와 염원이 실현되어 충족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입으로는 주님의 종이라 하면서도, 그분께서 나를 통해 이루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를 식별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나의 기도 이면에,‘두려움’이나‘불안함’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나의 기대와 염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나 불안함 말입니다.

그래서 성모님처럼, 온전히 순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낯설게 느껴지고, 나도 저럴 수 있을까 싶은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나도 불안함이나 두려움 대신, 모든 것을 내맡기는 순명의 자세를 취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해봅니다. 다행스럽게도 복음 말씀은 그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불안함, 두려움을 이기고 순명의 용기를 낼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주님께서 함께 계신다.”라는 것입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네가 어떤 사람이든, 어떤 행위를 했건, 너는 나의 아들딸이며, 너의 숨결 한순간 조차에도 내가 함께 있다는 불변의 약속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믿든 안 믿든, 하느님의 약속은 변함이 없다는 그 사실이, 다시금 우리를 용기 내어 살게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 모두를 성모님과 마찬가지로‘가장 사랑하는 이’로 받아들여 주십니다. 그것을 알기에 우리는 기꺼이 순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주님의 종이오니 말씀하신 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는 고백과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뜻 앞에, 우리도“예.”라고 응답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순명과 응답이 부족할 때, 우리는 성모님께 도움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성모님은 하느님께로 향하는 여정을 비추는 희망과 위로의 별이기 때문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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