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33호 2015.06.21 
글쓴이 표중관 신부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 40)

표중관 베드로 신부 / 연산성당 주임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거센 풍랑 앞에 두려움으로 떠는 제자들을 책망하시면서 믿음이 부족한 것을 한탄하셨습니다.(마르 4, 40 참조)

그러나 두려움에 떠는 것은 비단 제자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어렵고 힘든 일을 당하면 겁을 먹고 두려움에 떨게 되어 있습니다. 중병에 걸렸을 때, 사업이 부도났을 때 등 인간적으로 넘기 힘든 일 앞에서 우리는 심한 좌절감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옛사람들은 인생을 흔히 항해에 비유하였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탄 인생의 배는 언제나 순풍에 돛을 단 듯 멋진 항로만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심한 풍랑을 만나기도 하며, 암초에 부딪혀 좌초될 때도 있고 조난을 당하여 표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생을 고해(苦海)라고도 하고, 생활의 역경을 인생풍파라고 표현하며, 세상의 온갖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세파를 헤쳐나가는 인생이라고도 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인생을 살아가는 데 풍파를 만나기 마련입니다. 육신사정을 위협하는 세상의 풍파, 재물이나 권세의 풍파, 건강이나 명예의 풍파,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영생의 풍파 등 여러 풍파를 만나면서 살아가야 하는 인생입니다.

복음에서 보면, 주님은 제자들을 시켜 배를 호수 건너편으로 저어가도록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거센 풍랑을 만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이 풍랑에 시달리도록 내버려 두셨습니다.“그때에 거센 돌풍이 일어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쳐서, 물이 배에 거의 가득 차게 되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깨우며,“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마르 4, 37∼38)

인간이란 한계상황에 직면해야 비로소 신을 찾습니다. 제자들도 배가 파선될 죽음의 순간에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하고 사업이 잘되고 무엇이든지 잘 나갈 때 하느님을 찾지 않습니다. 암에 걸리거나, 재정적으로 심한 압박을 받을 때, 자신의 힘으로 불가능을 체험할 때 하느님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우리가 이러한 순간에 주님을 찾으면, 주님께서는“왜 두려워하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고 우리에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우리가 시련의 풍파를 당할 때 주님이 멀리 계시지 않습니다. 바로 제자들이 탄 배 안에 예수님께서 함께 계셨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죽음의 위험에 처했을 때에야 주님을 찾았습니다.

주님, 우리가 시련을 당할 때에만 당신을 찾지 않게 하시고, 두려움에 떨지 않는 믿음을 우리에게 주소서. 아멘.

호수 제목 글쓴이
2810호 2024. 4. 28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다 쳐 내신다. file 주영돈 신부 
2809호 2024. 4. 21  착한 목자의 삶 file 박상운 신부 
2808호 2024. 4. 14  예수님, 감사합니다! 장재봉 신부 
2807호 2024. 4. 7  질문하는 사람, 토마스 file 홍경완 신부 
2806호 2024. 3. 31  빈 무덤 - 부활하신 주님께서 함께 계심을 보는 곳 file 신호철 주교 
2805호 2024. 3. 24  마음 안에 주님의 십자가를 세웁시다. file 한건 신부 
2804호 2024. 3. 17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길 file 김명선 신부 
2803호 2024. 3. 10  구원은 하느님의 선물 file 심원택 신부 
2802호 2024. 3. 3  “성전을 허물어라.” file 김경욱 신부 
2801호 2024. 2. 25  세례받은 자, 본래의 모습으로 file 이성주 신부 
2800호 2024. 2. 18  광야와 인생 file 김무웅 신부 
2799호 2024. 2. 11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file 박명제 신부 
2798호 2024. 2. 10  주인이 종의 시중을 드는 이유 이장환 신부 
2797호 2024. 2. 4  사실 나는 복음을 선포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file 이장환 신부 
2796호 2024. 1. 28.  사랑의 권위 file 백성환 신부 
2795호 2024. 1. 21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file 박경빈 신부 
2794호 2024. 1. 14  “와서 보아라.” file 우종선 신부 
2793호 2024. 1. 7  잠 못 이루는 예루살렘 file 장세명 신부 
2792호 2024. 1. 1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이수락 신부 
2791호 2023. 12. 31  아름다운 가정 file 이수락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