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07호 2013.03.17 
글쓴이 이수락 신부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이수락 요한보스코 신부 / 초장성당 주임

신명기에 보면, 간음하다 들킨 남자와 여자는 사형에 처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그들에게 돌을 던져 죽이는 것입니다. 옛날 이스라엘에서는 특히 원로들을 중심으로 동네 전체가 공동으로 사법권을 행사했습니다. 공동으로 사형까지 집행함으로써 죄와 그에 대한 응징, 재발을 방지하는 노력에 모두 동참했습니다. 물론 돌을 던져 죽이는 것이 야만적인 방식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오늘날 실행되는 사형 제도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현행범으로 잡힌 오늘 복음 말씀의 여인은 사형에 처해야만 했습니다. 거기에는 어떤 핑계도 변명도 있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그 여인을 잡아다가 돌을 던져 죽이면 사건은 끝납니다. 그런데 일이 복잡하게 전개됩니다. 예수님의 적대자들이 이 기회를 이용해 예수님을 제거하려고 흉계를 꾸몄기 때문입니다. 그 불쌍한 여인보다는 예수님을 없애버리려는 것입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노리고 있는 적대자들의 올가미에 걸려들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떻게 대답하시든, 그들은 쾌재를 부르며 예수님께 덮어씌운 올가미를 잡아챌 것입니다.

만일 예수님께서 “율법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그것에 따라야 합니다.”하고 대답하신다면, 그분의 가르침과 행동 전체가 신빙성을 잃게 됩니다. “가난한 이들의 벗, 죄인들의 친구라던 저 예수,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운운하던 저 자. 보라, 역시 별 볼 일 없는 자이다.”하고, 결정적인 반론을 제기할 것입니다. 반면에 예수님께서 “아니, 불쌍하니 이번만은 용서해 줍시다.” 한다면, 이는 모세의 율법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그 법을 제정하신 하느님을 업신여기는 신성 모독이라는 무거운 죄를 짓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예수님 자신도 돌을 맞을 중죄인이 됩니다.
이런 난관 속에서 보여주신 예수님의 대답은 그분의 매력을 잘 드러냅니다. 그 매력은 단순히 재치 있게 위기를 벗어나셨다는 사실에 있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람을 율법 너머 더욱 놓은 차원으로 이끄십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그 여인을 단죄하고 처벌하려는 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자기들의 죄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십니다. 그 여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그 여인은 속으로나마 핑계 속에 자기 잘못을 정당화하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이 말씀 앞에서, 그녀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으리라고 우리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는 남의 잘못과 죄에 대해서 인간이 보일 수 있는 두 가지 자세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우리는 바리사이의 자세와 예수님의 자세 가운데 어느 쪽에 더 가깝게 살아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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